스마트한 IT기기들의 등장으로 독과점 형태의 폐쇄적인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쇠퇴하고 사람 중심, 소통 중심의 소셜미디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한 기술이 가져다준 변화다.
그러나 너무 스마트해서 피곤한 점도 없지 않다. 스마트한 즐거움과 피곤함 사이에서 당신의 선택은?
스마트한 세상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작된 스마트 바람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아이폰을 필두로 각종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PC, 전자책 단말기 등 최첨단 IT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늘 새로운 것을 좇는 매스미디어를 비롯해 각종 매체들은 이 같은 변화 양상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시시각각 뉴스를 만들어내고, 그에 따라 사회적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는 실제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빠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 작고 똑똑한 기계 하나만 있으면 시공간적인 제약 없이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인터넷 검색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여러 사람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주고받는다.
스마트폰 같은 IT기기를 이용해 스마트워킹을 도입한 기업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한 열풍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SNS를 통해 사회 전반에서 쌍방향의 소통을 이뤄낸 것이다.
일례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찾는 트위트가 여러 사람에게 리트위트되면서 삽시간에 정보가 확산되고, 자살을 예고한 사람의 자살을 막기도 하고, 지방선거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등 SNS를 통해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소통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생산하고 송출하던 기존의 시스템이 평범한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쌍방향으로 소통해 정보를 창출하고 확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혹사당하는 뇌
무엇인가 검색하려고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김연아 동영상이 있어 동영상을 본 후에 자료를 찾을 생각이었지만 동영상을 보고 난 뒤 정작 자신이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 잊어버렸다는 한 잡지 편집자의 이야기에서 보듯, 사람들은 스마트한 환경 속에서 넘쳐나는 정보들 때문에 집중력에 방해를 받고 있다.
단편적인 정보들에 계속 시선을 뺏겨 정작 자신의 과제에 깊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뇌 기능 전체에 문제에 생긴다.
어떤 것에도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단발적인 정보에 계속 노출되면 뇌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판단력이 떨어진다. 뇌에 정보가 들어가고, 그 정보가 다른 정보와 연결되어 하나의 인식체계를 이루려면 뇌에 시냅스를 형성할 만큼 꾸준한 정보 자극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스마트한 업무 환경으로 인해 일관성 없는 정보 자극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시시때때로 들어오면 뇌는 그 정보를 적절히 처리할 시간을 갖지 못해 결국 무의미한 정보로 처리하게 된다. 멀티태스킹도 뇌의 집중력만 떨어뜨릴 뿐 업무 효율을 높이지는 못한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학생의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0%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페이스북 사용자보다 88% 많은 시간을 수업 외의 공부에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주도한 폴 커쉬너 교수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이용해 여러 일을 하면 같은 시간에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도 실제로는 업무에 필요한 시간이 더 늘어나고 실수도 많아진다”며 “SNS사이트는 사람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다른 과제를 함께 처리할 때 뇌의 신경회로는 번갈아가면서 잠시 멈추는데 이는 집중할 대상이 바뀔 때마다 전두엽에서 그에 필요한 신경회로를 활성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한 가지 일을 하나씩 하는 것보다 뇌의 효율성이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변화를 좇는 스트레스와 불안
스마트한 시대에 우리는 SNS를 통해 멀리 있는, 혹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소통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정작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줄어드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이형초심리상담소 이형초 소장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좇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트렌드에 가세함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관계망을 넓히면서 과시욕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가상의 공간에 몰입하는 사이에 현실세계에서의 관계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애플이 사과였을 때가 좋았다”라며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힘겨운 심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부가 기능이 많은 복잡한 기계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무엇인가 학습해야 할 대상이라 스트레스를 받거나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놓고도 소극적이고 무의미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스마트한 세상에 뛰어드는 것은 변화하는 트렌드에서 멀어지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스마트폰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된 이유로 ‘업무에 활용하거나 스마트폰 기능이 필요해서 직접 구입했다(응답자의 36.1%)’는 경우보다 ‘스마트폰이 유행이고 대세인 것 같아서 직접 구입했다(응답자의 51.7%)’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한 기기들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의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사회적인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대세를 따르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당신의 뇌
트렌드를 따르든 따르지 않든 요즘 사람들 마음은 이래저래 바쁘다. 이형초 소장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이 없으면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추느라 늘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그것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마트한 최첨단 기기들을 보며 그 기능에 감탄하지만,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뇌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창조물이다. 자신의 뇌를 믿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한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맞춰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게 된다.
어떤 기기나 서비스의 사용 여부는 도구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언론에서 확대 재생산해 내는 트렌드 담론에 휩쓸려 소비의 주체로 들뜰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트렌드에 마냥 눈감을 일도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다. 그럴 때 사회의 변화를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도 조금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글ㆍ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만화ㆍ김풍 twitter @kimp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