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안티에이징

뇌문화 칼럼

브레인 31호
2011년 12월 26일 (월)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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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티에이징’이란 말이 참 많이 들려옵니다. 노화 과정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 말은 주로 건강과 미용, 성형 분야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아주 쉽게 말해서 인간이 생물학적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젊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곧 안티에이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피부에 생기는 노화의 가장 큰 징후인 주름살을 엷게 하고, 늘어진 피부에 탄력을 되돌리는 데 주력합니다. 음식에도 안티에이징 식품이 있습니다. 브로콜리, 시금치, 견과류, 녹차, 연어 등인데 이들은 노화의 주범인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온다
이렇게 안티에이징이 이 시대의 트렌드가 된 것은 인간의 평균수명이 앞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긴밀하게 연관됩니다. 일부 유전공학자들은 그동안 우리 몸속에 노화 유전자가 있으며 그것을 찾아서 조종할 수 있게 되면 노화과정을 현격하게 지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노화의 수수께끼를 완벽하게 풀려면 인류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수학 연구자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일이십년 내에 ‘호모 헌드레드’ 시대, 즉 인류의 대부분이 백 살 이상을 사는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다 보니 장수와 관련된 여러 가지 학설들, 그리고 실용적인 지침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요약하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소식하고 적절한 운동하기, 신선한 채소와 과일 많이 먹기, 금연하고 금주하기, 친밀한 교류를 유지하기,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노화방지 지침들이 거의 언제나 우리의 몸에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몸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안티에이징은 우리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이라 생각하는 것, 그것은 곧 뇌와 연결됩니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는 피부를 젊게 하고 주름을 지우고 근육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뇌를 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안티에이징은 ‘평생공부’
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해마다 1백만 개나 되는 세포를 잃어버린다고 말합니다. 굉장히 비관적으로 들리는 주장입니다. 이미 사라진 뇌세포를 되살릴 길은 막막하게 여겨집니다. 입가의 팔자 주름살을 지우는 일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뇌세포들이 없어진다 해도 뇌의 주요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밀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뇌 기능의 어떤 부분은 쇠퇴하지만 또 다른 부분은 오히려 활성화되기 때문에 노년에 이르러서도 두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전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 인간의 뇌가 본질적으로 가소적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뇌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열심히 운동을 하면 근육이 만들어지듯이, 열심히 뇌를 단련하면 새로운 회로와 연결이 뇌에 생성됩니다. 그리하여 뇌의 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연산을 잘 못하는 학생이라도 굳은 의지를 가지고 연산에 매진하면 그의 뇌는 연산을 잘하는 뇌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경가소성은 뇌과학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뇌가 가소적이라는 것은 곧 의지만 있다면 뇌의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노화를 지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중단시킬 수도 있음을, 뇌의 노화에 따르는 인지적 장애의 치료와 예방이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뇌의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노먼 도이지 박사는 “정신이 살아 있도록 하려면 진정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강도 높게 집중해서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중년 이후의 뇌를 젊은 시절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강도 높게 집중해서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어려운 외국어 공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심오한 철학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학습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분야, 이런 분야에 깊이 빠져들어가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그리고 그 배움에서 순수한 보상과 기쁨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안티에이징 식품보다도 더 확실하게 뇌의 젊음을 유지해줍니다.

늙지 않는 뇌를 가진 사람들
뇌의 안티에이징 하면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생각납니다. 톨스토이는 평생 동안 배우는 것을 즐겨한 사람입니다. 그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유창하게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오디세이아》를 원어로 읽고 싶은 욕구에 불타 고대 그리스어 공부를 시작해 거의 마스터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는 평생 동안 러시아와 유럽에서 발행되는 온갖 신문과 잡지와 서적을 탐독했으며, 90권에 달하는 소설과 에세이와 평론을 썼고, 임종하기 며칠 전까지 일기를 썼습니다.


그는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이 40세를 조금 넘던 시절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오래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젊은 시절의 총기를 전혀 잃지 않았습니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명료한 인지상태를 유지했으며 “나는 진리를 사랑한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습니다. 톨스토이의 삶은 그 자체로서 뇌 가소성의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디 톨스토이뿐이겠습니까. 인류의 역사는 늙지 않는 뇌를 소유했던 사람들을 여럿 보여줍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쉰여섯 살에 썼으며,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콤파이 세군도는 여든 살이 넘어서도 왕성하게 곡을 만들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성베드로 성당의 돔을 아흔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설계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고 배우고 학습하느라 아마도 노화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저명한 대체의학자인 디팩 초프라 박사의 말이 새삼 마음에 깊이 다가옵니다. “마음의 성장이 멈추는 순간, 사람은 늙기 시작한다.”

글·석영중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뇌를 훔친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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