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글날, 우리말 참뜻 알고 귀하게 쓰자

2014년 10월 07일 (화)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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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의 '대한민국 임시헌장' 한글 작품

'아티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꾸뛰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함을 세련되고 아트적인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해석을 해보면 '예술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맞춤 여성복과 같은 세부장식을 넣어 여성스러움을 세련되고 예술적인 느낌으로 표현한다'라는 뜻이다.

이 근본 없는 문장의 출처는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 걸린 설명글이다. 분명히 우리말 한글로 쓰여있는데 도무지 '을' '으로'와 같은 조사밖에 이해할 수 없는 이런 문장이 패션 잡지를 도배하고 있다. 그래서 누리꾼들은 이런 문장을 두고 '보그병신체'라 한다. 유명 패션 잡지(보그 Vogue)에 다소 과격한 표현을 덧붙인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인터넷, 모바일 세상에는 귀찮음을 이유로 만들어진 온갖 줄임말과 오·탈자에서 신조어가 된 외계어들이 판친다. '엄크(엄마와 영어 크리티컬(critical)의 합성어. 엄마 때문에 무엇을 못 하게 되었을 때 쓰는 말)'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 '치렝스(치마 레깅스)' '레알(진짜. 리얼real에서 변형된 말)' '오나전(완전)'. 언뜻 말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한글날을 앞두고 7일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언어 파괴 현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의 한글 파괴는 부모 자식 간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이어졌다. 10대는 어른들이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게 되고 부모는 자녀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언어 파괴는 1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앞장서야 할 신문과 잡지, 방송이 온갖 신조어들을 확대·재생산해내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지나친 한자어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언어 파괴가 단순히 언어가 변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선 설문결과에서도 보이듯 언어 파괴는 세대간 소통의 장벽이 된다. 나아가 말을 통해 전달되는 정신과 문화마저 단절된다. 언어라는 것은 그 민족의 정신과 문화가 고스란히 아로새겨진 요체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아무리 거대한 유적이라 할지라도 세월에 의해, 힘에 의해 쓰러지게 된다. 하지만 말은 다르다. 말이란 그 말을 쓰는 민족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을지언정, 말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살아남는다.

우리말 한글은 천지인(天地人) 정신을 바탕에 두고 만들어졌다. 하늘(·)과 땅(―)과 사람(ㅣ)이 조화를 이루어 이 세 개의 기호만으로 모음의 글자를 표현해냈다. 자음은 발성 기관의 모습을 본떠왔다. 

우리가 '얼굴'이라 하는 말을 두고 미국인은 'face'라 하고 일본인은 '카오(かお, 顔)'라고 한다. 우리말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말이다. 눈, 코, 입, 귀와 같이 다양한 정보(얼, 정신)가 들어와 뇌로 전달되는 곳이기에 얼굴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얼(정신)이 없는 이의 얼굴은 '낯짝'이라 낮춰 부르는 것을 통해서도 우리말의 귀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말 한글은 위대한 정신과 조화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종대왕이 창제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우리말은 그 면면에 한민족만의 뛰어난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10월 9일 한글날이다. 우리말 속에 담긴 참뜻을 제대로 알고 귀하게 쓰는 첫날로 삼아도 좋을 날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과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우리말의 참뜻을 알고 올바르게 쓰는 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제공. 서경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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