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왜 5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가?

브레인 인문학

브레인 89호
2021년 09월 03일 (금)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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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의 핵심 문제를 다루는 자급자족적 도구들

얼마 전 글로벌사이버대학교는 ‘지구와 국가, 사회적 면역력’을 주제로 개인과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2021 휴먼테크놀로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은 2005년 출간한 그의 책 《휴먼테크놀로지》에서 ‘인공적인 기계나 사회적 제도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개인이 책임감 있게 사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한 기술들’이라고 휴먼테크놀로지를 소개한다. 건강, 행복, 인생의 목적 등 삶의 핵심 이슈들을 스스로 관리해 삶의 주인으로서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기술이다.
 

“오늘날 생명공학과 정보공학이 우리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체험하는 과학기술은 제도나 전문가들에 의해 여과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해도 과학기술이 개인의 판단과 책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나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사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단순한 기술들이다. 나는 그러한 기술들을 휴먼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 휴먼테크놀로지는 인간 삶의 핵심 문제들을 다루는 자급자족적 도구들이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휴먼테크놀로지의 의미를 ‘인간과 지구의 공존과 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확장했다. 기술이 인간과 지구의 공존과 공생에 봉사하도록 하려면 물질 중심의 산업혁명이 아닌 인간과 지구 중심의 5차 산업혁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리가 결여된 기술 진보에 대한 우려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이 질문은 과학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항상 우리와 함께해왔다. 산업혁명이 인류 사회에 전체적으로는 부의 증가와 삶의 질 향상을 가져다줬지만 효용성 증대를 위해 일어나는 일련의 기술 혁명들이 필연적으로 인간을 소외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 변화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윤리가 결여된 기술 진보로 인간의 실존적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한다. 의사 결정과 예술 활동 등 인간 지능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부분들까지 기계가 대체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 기술로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우리 내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물리적 융합이 일어나면서 ‘증강 인간’의 탄생이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학계와 정부, 국제기구들에서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 제도를 마련해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 확립 등이 논의돼왔다. 

2019년 5월 OECD는 인공지능에 대한 권고안인 ‘OECD AI 원칙(OECD Principles on AI)’을 공식 채택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첫 국제사회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권고안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와 혁신에 내재한 한계와 도전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일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나온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이미 5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그것이 새로운 산업혁명인지, 이전 단계와 연속성을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공지능의 혁명,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가능성들, 일에 있어서 인간과 기계의 융합 등을 5차 산업혁명으로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의 연속선상에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코로나19가 촉진한 5차 산업혁명으로의 진화 

세일즈포스 창업자이자 세계경제포럼 이사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2019년 다보스 포럼에서 ‘5차 산업혁명은 지구를 구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 윤리적이고 인도주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기업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간의 신뢰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빌Jabil의 부사장 댄 가모타Dan Gamota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에서 5차 산업혁명으로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하면서 ‘5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경험 자체로부터 그 경험의 주체인 인간으로 초점이 진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자동화 기술과 속도가 인간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와 융합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개입이 없는 자동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의 시대였다면, 5차 산업혁명은 다시 인간이 중심에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인간 역할을 이야기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사람들의 발이 묶이면서 사람들은 서로 연결하고 참여하고 자신의 일을 완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고안해냈다. 원격 협업 도구부터 가상 증강현실 같은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해서 말이다. 

그는 5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에 대한 주도적 사용 능력과 혁신적 사고가 늘어날 것이며 이것이 특히 자동화와 증가하는 개인화에 대한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5차 산업혁명이 개인화 디지털 기술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의 변화에 대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5차 산업혁명을 특징짓는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 될 것인가? 

5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반응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산업혁명은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기술 혁신을 이뤄왔다. 그러나 5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기술 혁명의 방향성,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해 생산을 기계화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해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생산을 자동화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물리적 세계와 가상세계, 기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으로 자동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5차 산업혁명을 특징 짓는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 될 것인가? 나는 그것이 뭔가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인간의 내면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는 우리 문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무엇이었으면 좋겠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jkim6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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