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분리된 ‘진짜 나’를 찾아서

[칼럼] 나에게서 나에게로

브레인 94호
2022년 09월 22일 (목)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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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남을 도우면서 나 자신도 도울 수 있는 일, 
적당한 기술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일, 자기 자신이 도구가 되는 일! 


‘심리상담’의 매력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얼마나 멋지며 가치 있고 도전적인 일인가. 부족한 나의 한구석을 채우고자 시작한 심리학 공부가 직업이 되어 평생 공부하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인간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에 매료되어 발달심리학부터 공부했다. 이후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병들고 치료하는가’를 화두로 공부해나가면서 상담 분야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였다. 

상담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엄청난 배움의 시간과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가 따라야 한다. 상담은 타인 돌보기와 자기 돌보기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받고도 여전히 모르는 것을 채우고자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치고, 주말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심리치료 워크숍에 참석했다. 워크숍이 끝나면 ‘그래서 이다음엔 어떻게?’ 하는 의문이 이어져 또 다른 워크숍을 찾아 무던히도 돌아다녔다.

상담사가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정체성이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내린 결단을 말한다. 자기 삶의 철학 또는 삶의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공부하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나는 하루를 바쁘게 소진하는 정도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내 삶은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왔다. 올해 안식년을 맞은 나는 할 일을 계획하면서 이 의문들을 다시 떠올렸고 이제는 제대로 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직한 대답을 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의미를 두고 보람을 느끼는 일은 무엇인가? 내 삶의 방향은? 평생을 살면서 써 나가고 싶은 내 삶의 스토리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분리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왔다. 삶이 흐트러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언제나 의식이 내면을 향한다. 의식이 내적인 힘과 연결될 때, 비로소 내가 내 삶의 주체로서 각성하고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나의 참모습을 찾아 삶을 재정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난 봄 캐나다 밴쿠버로 왔다. 16시간이라는 시차를 비롯해 모든 것이 낯선 이곳에서 나는 민낯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여기서 만난 이들 중 나를 가장 크게 깨우쳐 준 이는 내가 묵고 있는 홈스테이의 호스트 맘 디애나Deanna이다. 디애나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여러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지금은 장애인들을 돌보며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47세 여성이다. 어릴 적 여러 번의 성폭행을 겪은 그녀는 외도를 거듭하는 남편과 이혼한 후 세 명의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7년간 심리상담 받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깊은 공감과 연결감을 느꼈다. 

디애나와의 이 같은 만남은 내 성찰의 시간을 한층 더 값지게 만들어주었다. 성찰은 상대적인 내가 아닌 절대적인 나를 찾는 과정이다. 깊은 내면의 소리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알고, 동시에 타인도 그러함을 깨달아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내 안에 숨은 진짜 나를 찾아 나답게 살아가자.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올해 안식년을 맞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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