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공무원

윤한주의 공감세상

2016년 07월 14일 (목)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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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라고 할까요? 최근 공직사회는 속도에 취해서 방향을 잃었습니다. 공무원 윤리관이 사라졌고 세금을 내는 국민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있습니다. 맞아야 할 사람이 따로 있는데, 어쩌다가 공무원 수준이 시정잡배로 전락했는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 만난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망언을 쏟아냅니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라고. 그의 말보다 놀랐던 것은 공직사회가 보여준 제 식구 감싸기입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그를 대기발령 시켰지만 나 기획관은 고향에서 요양 중이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석고대죄해도 부족하지요. 그런데 요양이라니요?

국회의원의 호된 비판을 받고서야 나 기획관은 오후에 출석합니다. “지난 며칠간 계속 밤에 잠을 못 자고 여러 기사 댓글을 보면서 정말 제가 잘못했구나. 정말 죽을 죄를 지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울먹이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발견하셨나요? 타인의 강제가 아니고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나 기획관의 자세에서 솔선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이정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자신은 친일파라고 자칭하며 “천황(일왕) 폐하 만세”라고 삼창했지요. 부산 지역 학교 전담 경찰관들의 성관계 사건은 경찰청에서 덮으려던 정황이 나왔고. 이 또한 공직사회 문제 중에서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나 기획관 말 중에 자신은 1%를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로지 1등만을 위해 달려간 사람의 말로가 99%를 짓밟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는 이미 고장난 자동차를 타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벌어진 채팅방 성희롱 사건, 폭행과 폭언을 받고 죽은 김 모 검사 자살까지. 우등생과 엘리트 등 1%가 보여주는 행태는 ‘막장드라마’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99%를 대표하죠. 조선판 ‘흙수저’ 홍계남 장군을 주목합니다. 최근 이병주의 역사소설 <천명(나남)>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그는 홍자수의 서자로 태어나서 갖은 차별을 받으면서 자랐지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장으로 나라를 구합니다. 더구나 영천군수로도 훌륭하게 재임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난 것입니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공이 아니라 내면의 인성에 주목합니다. 그는 어릴적부터 많은 멘토들의 조언에 귀 기울였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활을 배우려는 그에게 엄도익은 “사람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이 아닐 때 살생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홍성민은 정 8품의 자리인 사맹을 받았다는 것에 더 낮은 자리를 권합니다. 이어 이순신을 예로 듭니다.

“기골장대하고 출중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의 직계는 봉사(奉仕)이다. 종 8품의 봉사란 말일세. 나이도 자네보다 10여 세 연장이고 당당한 무과 출신인데도 지금 그 직에 불평 없이 복무하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 자네가 사맹이 될 수 있겠는가. 설혹 시켜준다고 해도 고사하는 것이 도리니라.”

홍계남은 사맹 벼슬을 받지 않습니다. 이영은 “내가 사람을 잘 보았구나.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홍공이야말로 진군자(眞君子)라고 할 수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대통령부터 9급 공무원까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것은 근심의 수준만 보더라도 알 수가 있습니다.

“소인의 근심은 항상 자질구레한 근심입니다. 양식 걱정, 돈 걱정, 누가 뭐라고 할까 보아 걱정, 병들지 않을까 해서 걱정, 그러니까 자꾸 시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군자와 대인의 걱정은 세상에 대한 걱정, 나라에 대한 걱정이 아니오이까. 걱정한다는 것은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이고 생각이 깊어지면 세사와 인생의 의미를 더 깊이 알게 되고 천하의 치도(治道)를 맑게 터득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 아니오이까. 그러니까 커지는 것이옵니다.”

중국과 미국의 남중국해 갈등, 한국 사드배치에 따른 동북아 신냉전 구도까지 나라 안팎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1%만을 쫓고 일왕을 칭송하는 공무원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이 아이러니 세상.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임금이 신하들과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과 무엇이 다를까요? 34세의 일기로 장렬하게 전사한 홍계남 장군. 그와 같은 의병들이 있기에 후손들은 내 나라 내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한국인에게 고함(한문화)>에서 “세상을 걱정하며 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나라와 세상의 장래를 걱정하며 탄식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위직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나라에 대한 걱정이 사라질 때 임진왜란은 다시 올지도 모릅니다. 얼빠진 공무원들을 죽비로 내리치고 감시하는 언론과 국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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