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2편>- 자발적 스트레스

인성영재_행복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브레인 87호
2021년 09월 11일 (토) 12:13
조회수135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고생했고 아직도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가을 내음이 느껴지면서 자연이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코로나도, 가을 향기도, 모두 우리 주변의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며 우리는 그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우리 학생들이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을 때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고 항상 행복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최근의 과학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주어진 일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스스로 불편함을 선택해서 실천할 때 진정한 행복과 성장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자율성의 중요함을 나타낸다.

작년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정과 사회에 걱정으로 대두된 것은 우리 학생들의 스스로 할 수 있는 힘, 자율성의 문제였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건강과 체력, 자기정서를 관리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힘이 있는가 하는 것이 심각한 이슈가 되었다. 건강한 생존을 위해서,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성이며 학생들의 자율성 체득이 정말로 중요함을 우리 사회 전체가 확인한 것이다. 

‘스스로 살아가는 힘’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원장의 이야기를 빌려본다. “우리 뇌는 즐거움에서 오는 행복호르몬만 있을 때보다 행복호르몬과 함께 불편함에서 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같이 균형을 이룰 때 행복하다.

스트레스는 전혀 없이 순전히 즐겁기만 한 행복은 금방 사라지는 속성이 있다. 점점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며, 자꾸 강한 자극을 찾다보면 중독이 된다. 게임이나 도박이나 쾌감을 만족시키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이 된다.“

건강하고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자발적인 불편함을 감수하는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여기서 우리는 질문해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은, 우리 학생들이나 자녀들에게 자신이 원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자신을 온전히 던져 도전해 보라고 기회를 주고 있는가? 

문요한 원장은 저서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은 두 번 태어나고 두 번의 인생을 산다. 한번은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면 또 한번은 자기 힘으로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타율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왜 삶을 살아가야하는지, 자기이유를 찾고 비로소 자신의 이유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의 1년은 학생들에게 바로 이러한 자율적인 삶, 두 번째 인생이자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전환하는 배움의 시간이다.  

자율적인 삶은 교과나 수업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율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느끼고 알 수 있도록 체험을 통해 배울 기회를 주고 그 과정에서 코칭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선생님은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한명 한명이 어떤 아이인지를 잘 이해하고 학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면서 개별맞춤형 가이드를 해 주는 것이다. 스스로 활동을 실천해 가면서 질문하고 답하고 배우는 것은 학생 스스로의 몫이다.

그래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는 교과수업을 하지 않는다. 1년 동안 교과서도, 시험도, 성적도 없다. 스스로 자신이 활동할 시간표를 정하고 교과 대신 실행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정한다. 자기성찰과 체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서 알게 하고, 교실 안이 아니라 지역사회나 세상 속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삶에 필요한 질문과 답을 스스로 찾아가게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과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삶을 지혜롭게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그런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하는 일과 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진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순서다. 먼저 자신에 대해서 알고, 경험을 통해 많은 상황과 만남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는다. 그 다음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지금의 온라인 세상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정말로 많다.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지 자신의 목적과 꿈을 모른 채로 치열한 지식경쟁에 몰입해야 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행복하지 않다. 
 

▲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하는 '벤자민 프로젝트'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교육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여러 학술연구에서 인성영재 학생들의 자기존중, 배려소통, 자기조절, 자기주도학습, 진로태도성숙도, 회복탄력성, 시민성 역량 등 중요한 역량들이 유의미하게 높아지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 비해 스트레스 지수는 차이가 없었다. 

교과수업이 없고 성적경쟁이 없으니 일반고등학교 학생 비교집단에 비해 스트레스에서 낮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결과는 달랐다. 일반학교 학생들이 성적경쟁에서 받는 스트레스만큼이나 벤자민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책임지는 두려움과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기에, 스트레스 지수에 있어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학교 학생들에게는 피할 수 없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스트레스라면, 벤자민 학생들은 성장하고자 하는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기꺼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스트레스라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입학한 인성영재 학생들이 각자 21일간의 좋은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중이다. 턱걸이를 전혀 못하던 의진이는 턱걸이 한 개 하기를 목표로 매일 운동을 했고 한 달이 채 안된 지금 턱걸이 세 개를 거뜬히 해내고 구부정한 등이 바르게 펴져서 스스로 깜짝 놀라고 행복하고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멋진 시작이다.

글. 김나옥

공교육 분야에서 교사, 교감, 교육부 교육정책 담당자로 28년간 근무하다, 고교 최초 완전자유학년제 학교로 2014년 출범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초대 교장을 선택하며 교육자로서의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학교건물, 교실, 교과수업, 시험, 성적이 없는 5無 학교이자 미래형 고교로 알려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통해 한국發 미래교육패러다임 전환을 꿈꾸고 있다.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