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학 커뮤니케이터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초디지털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

브레인 92호
2022년 04월 01일 (금)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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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메타버스Metaverse, NFT(Non-Fungible Token) 등 매일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장동선 박사는 TV방송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통해 뇌과학자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실험실이나 학교 연구소가 아닌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에게 어렵고 딱딱한 뇌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내고 메타버스, NFT에 대해 말하고 있다. 뇌과학자가 디지털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 과학 커뮤니케이터 장동선 박사.


Q. 최근 펴낸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하는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뇌과학자로 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수많은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쓰이게 될지 다 알 수는 없어요. 그래서 어떠한 방향으로 이 기술이 진화할 것인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상상만 하기보다는 진화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책을 썼고, 중·고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시리즈물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 표지 이미지_삼일문고 제공


 

Q.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 구독자가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콘텐츠를 쉽게 풀어내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사이언스 슬램Science Slam’이라는 과학강연대회에 나갔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2014년에 독일 전체 우승을 하고, 2015년에는 유럽 대회 우승을 했어요.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는 6등을 했지요. 그런데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어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매년 참가했습니다. 6등에서 4등, 3등 그리고 지역 대회 1등 이런 식으로 계속 올라간 거죠. 대회를 준비하며 했던 수많은 연습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Q. 메타버스, NFT 등 디지털 분야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으시죠?

제가 석·박사를 한 독일 막스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 연구소에 가상증강현실 관련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사이버네움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일찍이 20여 년 전부터 메타버스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네틱스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지요. 덕분에 저는 이 기술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또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비교적 일찍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오히려 예전부터 제가 연구해오던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독일에서 신경생물학을 공부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인지과학연구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 외부 환경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습득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학습하고 판단을 내리는가 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흥미를 느꼈어요. 인간이 어떻게 공간을 지각하는지, 다른 인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가상현실에서 테스트를 해왔습니다. 또 NFT는 새로 떠오르는 분야지만 메타버스 안에서 신원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과학자로서 탄탄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데 연구자가 아닌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뇌신경 퇴행성 질환 세계 3대 연구소 중 하나인 ‘독일 신경퇴행성질환센터(DZNE· Deutsches Zentrum f¨ur Neurodegenerative Erkrankungen)’에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성 치매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연구했습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 현대자동차 그룹 미래기술전략팀장으로 일하며 연구자로서 갈 수 있는 길은 다 가본 셈이 되었고, 지금은 1인 기업(궁금한뇌연구소) 형태로 활동하고 있는 거죠. 스타트업 창업도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예요.

저는 탐험가 기질이 강한 편이에요. 새로운 것을 즐기는 사람은 도파민 D3 수용체(DRD 3)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유전적으로 타고난 성향도 어느 정도는 있을 거예요. 과학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고 싶어요. 지금 안정돼 보이는 길이 십 년 후에는 아닐 수 있습니다. 문 닫는 대학이 빠르게 늘어날 거고, 출판시장도 작아지고 있어요. 강연도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단순히 대학 강단에 서거나 책을 내거나 강연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지식 전달 시스템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그 중심에 메타버스, NFT 등이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것들을 연구하고 계획하는 것이죠.

 

▲ 유튜브'장동선의 궁금한 뇌'채널에서는 뇌와 과학기술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유튜브: 장동선의 궁금한 뇌 화면 캡처)

 
Q.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대한 불안은 없나요?

불안하거나 위험이 다가온다고 느낄 때 모든 생명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세 가지예요. 얼어버리거나 도망가거나 아니면 앞을 향해 달려가죠. 저는 도망치기보다는 문제와 맞닥뜨려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성향입니다. 세 가지 중 가장 안정적인 전략은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과연 그럴까요?

농사지을 때 어떤 농작물을 어느 시기에 어떻게 경작해야 가장 수확이 좋은지 안다면 그대로 하는 게 좋은 전략입니다. 그런데 날씨 같은 환경적 변수가 생기면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이 그러한 시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한 분야의 책만 공부하면 됐는데, 이제는 환경이 바뀌어 더 넓게 읽으며 답을 찾아야 하죠.
 

Q. 과학 분야 외에 역사, 철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박식하시고 피아노 연주 실력도 상당 수준이신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박사님만의 노하우가 있는지요.

호기심 많은 뇌를 가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연구소 이름을 ‘궁금한뇌연구소’라고 한 것도 그렇거니와 유튜브 채널을 하게 된 계기도 사람들이 조금 더 궁금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요즘 ‘안물안궁’이라고 하죠. 안 물어봤고 궁금하지 않다는 건데, 실은 궁금한 게 많을 거예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화성 탐사선 이름에 ‘큐리오시티(Curiosity, 호기심)’와 ‘서비어런스(Perseverance, 끈기)’가 있죠. 호기심과 끈기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성공하는 데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해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결국 그것이 하고자 하는 일에 양분이 되어줍니다.

지금의 장동선이 이것저것 잘하는 걸로 보인다면, 그것은 저의 호기심과 끈기가 20~30년에 걸쳐 조금씩 쌓아올린 결과입니다. 늦은 때란 없어요. 지금 시작하고, 매일 꾸준히 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뇌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 "호기심과 끈기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성공하는 데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Q. 유튜브에서 “지금까지의 사회가 돈 같은 물질적인 것이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치에 대한 기준이 바뀔 것”이라고 하셨는데 미래사회의 중심 가치는 어떤 것이 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의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 결국 가장 중요해지는 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더 중요해지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며 커뮤니티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부모는 아이를 똑똑하게 잘 기르고 싶지만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무작정 모험을 하게 할 수도 없고, 예전 방식대로 그저 공부를 하라고 할 수도 없죠.

제가 보기에 아이가 습득해야 할 가장 좋은 기술은 사회성이에요. 어딜 가든, 어느 문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잘 어울릴 수 있는 품성. 그것이 무엇보다 큰 역량이 될 겁니다. 아이러니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는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성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유튜브: 장동선의 궁금한 뇌 화면 캡처



Q. 한 인터뷰에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뇌를 알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뇌를 공부하고 알아야 할까요?

어느 정도 깊이 알아야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그 기능까지 전부 다 알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몇 가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보는 것이 뇌의 필터링을 거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1초에도 몇 번씩 눈을 깜빡입니다. 눈을 깜빡일 때 아무것도 안 보이는 순간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
지 못합니다.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정보만 인지하게 되죠. 
이처럼 우리가 보고 듣고 아는 것이 다가 아닌 겁니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달으면 고정관념에 덜 매일 텐데요.

두 번째는 우리 뇌가 선택을 먼저하고 판단은 그 뒤에 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본 상대방에 대해 이 사람은 이래서 마음에 든다, 또는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고 판단하기 이전에 뇌에서는 선택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떻게 믿고 있나요? 자신이 판단해서 선택한 거라고 생각하죠. 뇌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고, 판단이나 이유는 그 후에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을 알면 스스로 얼마나 많이 속고 있는지 자각할 수 있을 겁니다.


Q. 자신의 뇌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먼저 자신이 가진 편견이나 도그마(독단적 신념, 신조)를 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세상은 이런 거지’라고 믿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배울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노력이 뇌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요?
 

글_전은애 | 사진_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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