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하기 어려운 아이를 만났을 때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브레인 92호
2022년 05월 06일 (금)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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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악의 아이들

육아와 교직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2010년 육아휴직을 내 숨을 돌리다가 1년 후 복직했다.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오니 무척 설렜다. 나는 1학년을 맡게 되었고, 아이들과 재밌게 지낼 생각에 벅차기까지 했다. 하지만 설렘과 기대감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 하나가 온 학교를 들쑤시고 다니며 문제를 일으켜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육아 휴직 전의 힘듦은 천국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1년을 가까스로 견뎠건 만 기가 턱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 아이가 반 학생으로 있는 2학년을 맡게 된 것이다. 그해는 나의 교사 인생 최악의 해였다. 학급 아이들의 에너지는 엄청났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면 이미 여러 건의 싸움이 나 있었고, 종일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과 똑같이 분노 조절을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며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좌절감이 컸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급기야 ‘이러다가 정신병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이 나를 괴롭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연수 프로그램을 찾아다녔으나 우리 교실에는 잘 적용되지 않았고 아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브레인명상을 시작하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교사들을 위한 힐링 연수’가 있었다. 외부 강사가 힐링을 위한 ‘브레인명상’을 지도해주었는데, 1시간 정도 체조와 명상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했다. 학교생활이 힘든 상황에서 몸이라도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에 브레인명상 수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운동이라고는 거의 해본 적이 없고 걷기만 해도 피곤해하던 나였는데, 브레인명상을 하면 온몸이 가뿐해지고 새로운 힘이 솟았다. 그렇게 꾸준히 여러 달 수련하니 몸이 건강해지고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팔굽혀펴기를 해보라는 트레이너의 권유로, 살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팔굽혀펴기에 도전했던 일이다. 6~7개월을 날마다 꾸준히 하니 70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내 인생의 기적이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운동을 못 한다’, ‘나는 실천을 잘 하지 못한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엇이든 훈련하면 할 수 있다’, ‘나는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완전히 바뀌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브레인명상으로 몸이 건강해지고 힘이 생기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몸이 건강하고 에너지가 충만해지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감정의 동요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사랑하기 어려운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내가 교사로 살아가는 궁극의 목표이자 과제이며, 그것이 곧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내가 달라지니 교실도 달라졌다

그 무렵 나는 예의 그 2학년 아이들이 4학년이 됐을 때 또 담임을 맡았다. 아이들은 키만 컸지 행동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내가 달라져 있었고, 그런 나의 변화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교실 상황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수업 중에 한 아이가 화를 참지 못해 교과서를 찢으면서 욕설을 내뱉는 일이 일어났다. 전에도 비일비재했던 풍경이다.

나는 교감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교무실에 가 있게 한 뒤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을 이어갔다. 예전 같으면 내 말에 따르지 않은 아이에게 엄청 화가 나서 종일 기분이 좋지 않고 수업도 즐겁게 하지 못했을 터이다. 이렇게 금방 괜찮아지다니! 의연해진 내 모습은 나 자신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면 바로 단전치기와 호흡명상으로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고 이상하다며 웃기도 하고, 지금 뭐하시냐고 묻기도 했다. 몇 차례 반복하자 아이들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중에는 내 얼굴이 굳어 있으면 아이들이 내 손을 잡고 단전치기를 하도록 이끄는가 하면,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스스로 단전치기를 활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교사인 내가 먼저 감정을 조절하니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감정을 조절하게 되면서 다툼이 눈에 띄게 줄고 웃음이 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단전치기와 명상을 가르쳤고 팔굽혀펴기에도 도전하게 했다. 학년을 마칠 무렵, 처음엔 싸움터였던 우리 교실이 서로 도우며 웃음 가득한 교실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사랑하기 어려운 아이를 사랑하는 일

나는 꿈에 그리던 ‘행복한 교실, 행복한 교사’를 현실에서 이루는 귀중한 체험을 했다. 브레인명상 뿐 아니라 여러 특별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나를 바라보는 힘을 키웠다. 또한 지금까지의 내 삶을 깊이 이해하고 통찰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와 부딪힘이 있을 때 전처럼 아이를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나의 어떤 생각이 이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가’를 먼저 묻는다. 스스로 성찰하면 부딪힘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또한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과의 인연이, 그 가운데서도 유독 나와의 관계맺음에서 부딪히며 갈등을 겪는 아이와의 만남이 나를 또 다른 성장으로 이끌어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사랑하기 어려운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내가 교사로 살아가는 궁극의 목표이자 과제이며, 그것이 곧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나는 올해도 새로운 우리 반 ‘골칫덩이’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아이를 가슴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꺼이 ‘부딪힘’을 받아들이고, 그 부딪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할 것이다. 나는 이제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쁘다.


글_강민숙

남원왕치초등학교 교사. 사랑과 위엄을 겸비한 교사가 되고자 학교에서 늘 힘차게 걸어 다니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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