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프로젝트 기획자, 박정희 브레인앤마인드 대표
브레인앤마인드센터 박정희 대표. 그는 18년간 초등학교 교사, 교육청 연구사와 교감을 거쳐 2004년 교육과학기술부 경력직에 도전, 2008년 시작된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인 ‘WEE프로젝트’를 이끌었다.
‘WEE’는 ‘규율과 처벌’ 위주의 학생 생활지도 정책 패러다임을 ‘감성과 과학적 접근법’ 중심으로 바꾸어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우수공무원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교장을 거쳐 교직생활을 시작했던 인천으로 돌아와 학교장, 인천시교육연수원장,
인천시교육청 정책기획조정관을 지냈다. 2018년부터 ‘뉴로피드백Neuro feedback’을 활용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를 만났다.
▲ WEE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WEE 공식 홈페이지)
Q. WEE라는 단어가 우리(We), 감성(Emotion), 교육(Education)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 들었는데, 의미가 쉽게 와닿는 점이 좋습니다.
제가 항상 중요하게 여기는 게 수요자의 관점에서 생각하자는 거예요.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니 만큼 이들에게 가까운 언어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WEE’는 우리 교육부가 만든 게 아니라 각급 학교 교사와 교수, 시민단체, 카피라이터, 건축가 들이 모두 모여 만든 거예요. WEE 브랜드 만들 때 광고 전문가에게 우리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는 쉬운 단어이면서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했어요.
Q. 초등학교 교사를 하시다가 새로운 도전을 여러 차례 하셨는데, 사고의 전환을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교장을 지낼 때 어느 5월의 일이었어요. 통상 어린이날 행사를 하면 학생들은 운동장에 줄서 있고, 교장은 계단에 앉아 있다가 연단에 올라가서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선생님들에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왜 교장은 그늘에 있고 아이들은 저렇게 뙤약볕 아래 서 있어야 되느냐며 반대로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다 계단에 앉고 나는 운동장 쪽에 교탁 놓고 서서 행사를 했죠. 지루하게 국민체조도 매일 똑같은 것을 해야 하나 의문이었죠.
저는 국민체조의 목적이 몸을 푸는 것이니 음악을 틀고 몸만 움직이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어요. 실제로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들이 춤추는 것을 보고 학부모들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지금도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주체적으로 환경을 디자인하는 등 뇌를 잘 활용하는 것은 뇌교육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대표님이 지금껏 살아오신 삶의 행동양식이나 방향도 그에 부합된다고 생각됩니다.
생각이란 게 경직되기 쉽잖아요. 경직돼 있으면 자기 자신과의 소통도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그냥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된다고 봅니다.
뇌를 공부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우리 교육은 내면에 대한 학습과 성찰이 부족합니다. 그것이 지금 여러 가지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것들을 돌이켜보면 당시는 몰랐지만 뇌교육적 원리에 따른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각을 깨우고, 유연해지고, 통합해야죠.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잖아요. 계속 고민하면서 도전해보는 거죠.
Q. 뇌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알게 된 상담교사 한 분이 어느 날 상담실을 냈다고 해서 방문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뉴로피드백을 접하게 됐는데, 이걸 WEE센터와 학교에서 활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현장에 가보면 상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단 상담 건수가 많고 관련 행정업무도 과부하 상태인데다가 아이들이 상담 후 개선된 정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요. 아이들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치유효과를 검증하는 도구가 부족한 거죠.
이에 대한 상담사들의 고민이 큰데, 뉴로피드백은 그 해법이 될 수 있겠다고 봤어요. 데이터가 나오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뉴로피드백 훈련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시적으로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거기서 확장성을 보고 뇌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 "우리 교육은 내면에 대한 학습과 성찰이 부족합니다. 그것이 지금 여러 가지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Q. 국내에서 뉴로 카운슬링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셈이네요.
그렇게 됐네요. WEE프로젝트를 하면서 딜레마가 뭐였냐 하면 WEE센터에 들어온 선생님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일반 교사들이니 상담 실무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죠. 전문 상담사들 수준도 들쭉날쭉해 단기간에 교육으로 역량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뉴로피드백이 그 부분을 보강해줄 수 있었던 거죠. 지금도 전문 상담사가 있는 학교에서는 뉴로피드백 연수를 많이 진행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뉴로피드백은 기계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뉴로피드백은 도구로 활용할 뿐, 그것이 다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거죠.
결국은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뇌를 알게 되니 학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합니다. 학생이 겪고 있는 문제가 그 아이의 성품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기능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거죠. 이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소통과정에 현저한 차이를 만듭니다.
Q. 교육부에서 두뇌 훈련 분야 국가공인 자격으로 브레인트레이너를 제도화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향후 발전방향이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상담사들도 뇌 관련 자격의 필요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의료 영역과 어느 정도 이해 충돌이 생길 수도 있을 테지만, 당연히 국가에서 공인한 자격증이 다양하게 활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상담사예요. WEE프로젝트가 확산하면서 상담사의 일자리가 많이 생겼는데,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에 뇌 기반 프로그램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뇌 관련 자격증도 당연히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Q.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민간에서 또 새로운 교육을 시작하신 것인데,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이 무엇인지요?
제가 교육부에 있을 때는 주요 정책을 교육부가 주도했지만 이후에는 좀 달라졌습니다. 민간 정책들 중에서 좋은 것을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제가 민간에서 이런 운동을 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면 더 빨리 성과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저는 뉴로피드백을 가정에서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방안을 찾고 있어요. 몸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듯, 뇌 검사도 주기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뇌는 몸과 마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메타적 기관이니까요. 제가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40년을 일하면서 모토로 삼았던 것은 딱 하나예요. ‘사람이 변화하도록 도움을 주자. 그러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 지금도 저는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인생이 정말 별로였을 것 같아요. 행복합니다.
▲ 브레인앤마인드센터에서는 상담과 뉴로피드백 훈련이 이루어진다. 전국으로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글_장래혁 | 사진_김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