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골퍼가 되는 길 '브레인 골프'

몸과 마음의 연결을 강화하는 휴먼 테크놀로지

▲ 사진. 한문화 제공


골프를 깊이 즐기는 법

나는 골프의 둔재다. 엄정하게 평가하면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보기bogey 플레이어다. 그런 내가 얼마 전 골프 책을 냈다. 프로골퍼도 아니고 골프 코치도 아니니 골프 기술을 가르치는 내용일 리 없다. 내가 동료 골퍼들과나누고자 하는 것은 골프를 깊이 즐기는 법이다. 골프를 단지 스포츠나 취미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자기수양으로 여기는 진지한 골퍼들에게 내가 경험한 골프, 내게 깨우침을 준 골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핵심 열쇠가 뇌에 있다고 믿기에 뇌를 더 잘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는 일을 해왔다. 인간의 몸과 의식을 오래도록 연구한 뇌 훈련 전문가인 내게도 골프는 녹록지 않았다. 골프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자 재미와 호기심을 넘어 구도하듯 연구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골프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했고, 목표를 향해 도전하게 만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나를 훈련시켰다.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 필요한 집중력, 평정심, 자신감, 골프 정신으로 강조하는 양심과 배려,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하는 특성 등이 뇌교육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골프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골프와 우리 인생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인생에서 배운 것을 코스로 가져오고, 코스에서 배운 것을 다시 인생으로 가지고 간다. 골프를 통해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좋은 골퍼’는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점수 내는 데 몰두하기보다 매 순간 자기 자신에게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골퍼, 동반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골퍼라면 일상에서도 좋은 사람이지 않겠나.


100세 골퍼의 꿈

내 나이 62세 즈음, 당시 102세의 이종진 옹과 라운딩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옹은 본인의 101세 기념 라운드에서 89타를 기록한 에이지 슈터ageshooter(라운드를 자신의 나이 또는 그 이하의 타수로 치는 골퍼)였다. 그는라운딩 내내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했다. 서리가 채 녹지 않은 잔디가  미끄러워 카트를 타고 이동할 것을 권하는 일행에게 그는 “걸어서 잔디를 밟으며 골프를 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에요. 카트를 탈 거면 뭐하러 여기까지 와” 하며 앞장서서 걸었다. 

당초 이 옹의 연세를 고려해 9홀만 하려고 했던 라운딩은 18홀을 꽉 채우고 마무리되었다.

100세 골퍼의 영감을 주는 사례는 이종진 옹 만이 아니다. 미국의 최고령 PGA멤버였던 거스 안드레원은 10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까지도 일주일에 세 번씩 9홀을 라운딩하곤 했다. 그는 평생 여덟 번의 홀인원을 했는데 마지막 홀인원은 104세 때였다.

이 옹과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골프를 원하는 만큼 오래도록 그리고 더 값진경험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100세까지골프를 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100세에 100타를 치는 에이지 슈터의 꿈도 갖게 되었다. 골프를 100세까지 즐기겠다는 생각이 나 자신에게도 낯설지만, 이는 가능성을 따져서 나온 계획이 아니라 오로지 내 선택이고 결심이었다.

내가 100세까지 골프를 하겠다고 선택한 것은 평생 골프를 즐길 수 있을 만큼의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만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골프를 통해 나 자신과 인생을 끝까지 탐구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또한 내 인생과 골프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골프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신나는 놀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이다. 평생 내 몸을 연구하고 단련시켜왔지만 100세까지 골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내 몸과 뇌를 훈련하는 데 더욱 깊이 몰두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100세 골퍼의 꿈을 내 몸이 계속 응원해주고 하늘이 허락해주기를 바라며. 
 

▲ 사진. 한문화 제공

골프와 애증의 줄다리기를 하지 않으려면 

100세 골프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 골프에 입문해서 잘 맞은 샷이 주는 짜릿한 흥분감을 맛보기 시작하면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진작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흥분에 휩싸이지만 곧 골프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습장에서는 잘 맞던 공이 필드에만 나가면 빗나가거나 다른 사람들은 실력이 느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일 때는 ‘왜 이걸 시작했나’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의 드라이버샷이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잘 맞거나 긴 퍼트에 성공하고 나면 그런 후회가 일순간에 사라지며 골프와 애증의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이런 줄다리기를 해보지 않은 골퍼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심해지면 골프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골프에 치여서 살게 된다. 평생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과 행복을 골프의 가장 우선순위에 두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 때문에 몸이 상하고 짜증 나고 마음이 불안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런 골프를 오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언젠가 미국 애리조나주의 세도나에서 아침 일찍 골프를 칠 때였다. 세도나는 사막지대라 골프장 잔디에 물을 많이 주는데 땅이 질어서 공을 치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날은 유난히 땅이 질척하게 느껴졌다. 파5인 첫 홀의 티샷이 잘 맞아 공이 페어웨이 중앙으로 떨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린에 올리기까지 아이언샷을 네 번이나 쳤다. 아이언 헤드가 축축한 땅으로 들어가 뒤땅을 낸 데다 맞바람이 불어서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았다. 짜증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불규칙하게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태도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숨을 아랫배까지 깊이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고 나 자신에게 물었다. 어떤 마음으로 다음 샷을 할 것인가. 모든 공은 소중하다. 그러니 한 샷 한 샷에 감사하고 정성을 들이되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기분을 유지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윙도 부드러워졌다. 그날 1언더파를 쳤다. 당시 내 평소 실력은 10-12오버파였다.


즐긴다는 것은 실수도 긍정하는 것

LPGA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18홀 59타 기록과 시즌 평균 타수 68타대를 기록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은퇴 후 거리가 좀 줄었어요. 연습을 안 하니까요.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분들은 연습을 많이 한 사람에 비해 못 치는 게 당연해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즐겁게 플레이하세요. 저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여러분도 저처럼 즐겁게 하세요.”

즐긴다는 것은 실수도 오케이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공이 나오든 ‘아, 이것이 지금 내 모습이구나’라고 인정하며 치는 것이다. 프로선수에게는 골프가 일이지만 우리 아마추어에게는 놀이임을 기억하자. 골프와 잘 놀려면 골프공의 반응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한국에서 한 젊은 프로골퍼에게 뇌교육을 지도한 적이 있다.
당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슬럼프에 빠져있던 그에게 골프가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골프는 내 모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골프가 당신의 전부이면 당신은 골프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골프가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삶의 수단이 되어야지 골프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면 스트레스 지옥에서 살게 된다. 골프 게임이 잘 안 풀리는 순간, 당신 자신도 무너진다. 골프를 잘 치든 못 치든 당당하고 자유롭게 존재하는 자신을 느껴야 당신의 골프도 지킬 수 있다.”

뇌교육에서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내 마음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라고 하듯 ‘나의 골프는 내가 아니라 내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자기 조절력이 실력이다

골프는 축구나 농구처럼 상대방의 플레이가 내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공격이나 수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플레이가 내 경기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자기 자신과 더 속속들이 대면하게 한다. 골프는 지극히 자기 성찰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골프의 속성이 그렇다고 해서 골프를 통해 누구나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려고 해야 보이고, 알려고 해야 잘 알게 된다. 

골프를 통해 자기 자신과 교류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공부하고 훈련하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골프는 훌륭한 멘토가 되어준다. 자신의 감정반응 양식, 상대방에 대한 태도,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 등 자신의 마음의 습관을 더 잘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더 잘 알게 되면 자기 조절력도 커진다. 골프에서는 자기 조절력이 곧 실력이다.

골프를 통해서 자기 자신과 교류하고 수양한다고 생각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골프는 언제나 우리에게 성장하는 기쁨을 준다. 몸의 조건은 나이와 함께 달라지지만, 달라진 신체 환경에 맞게 늘 우리에게 새로운 공부거리와 앎을 가져다준다. 중년의 나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습했다면, 지금의 나는 70대의 내 몸에 가장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골프를 찾고 있다. 100살의 나는 힘을덜 들이고 최대한 심플한 스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 같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정서적으로 성숙한 골퍼

예전에는 스포츠에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지금은 감정이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널리 알려졌다. 감정은 뇌로만 느끼는 것도, 가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감정은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극도로 강한 감정은 팔과 다리를 마비시키고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머리를 빙빙 돌게 한다. 몸을 얼음처럼 차갑게도 만들고 탈 듯이 뜨겁게도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감정 관리는 곧 몸 관리이기도 하다.

첫 번째 티샷을 망치면 속이 울렁거리고 등이 딱딱하게 굳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반면에 긴 퍼트에 성공해서 버디를 내면 몸이 가벼워지고 이완이 되며 다음 홀을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미스샷, 나쁜 바운스, 사려 깊지 않은 동반자 때문에 겪는 짜증이나 당혹감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골프를 즐기느냐 망치느냐를 결정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하거나 초조한 마음이 올라올 때 이를 알아채고 다시 평정을 되찾을 수 있는 능력, 미스샷이 나고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심기일전하는 자세,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끝까지 끈기 있게 임하는 자세, 동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되 상대방의 경기에 휘둘리지 않는 튼튼한 정신력, 이 모든 것들이 다 정서적 성숙함에 속한다. 


골프, 피해의식과 주인의식이 경합하는 시험장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 겪는 모든 상황은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서로 체형도 다르고 성정도 다르고 골프 경험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골프를 하면서 만나는 여러 상황에서 모든 골퍼가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하나 있다. 바로 ‘의식’이다. 의식은 곧 에너지의 상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하루에도 수차례 바뀐다. 두려움, 열등감, 불안, 우울, 무기력, 분노 같은 상태부터 자신감, 용기, 기쁨, 사랑, 평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간다.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 선수도 US오픈 우승 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잔디만 봐도 속이 울렁거렸다고 한다. 의식의 여러 층위를 자극하는 속성 때문에 골프는 평생 공부이자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 수양의 측면이 강하다.

사람마다 주로 머무는 의식과 에너지의 상태가 있게 마련이다. 일종의 베이스캠프처럼 계속 되돌아가게 되는 어떤 의식의 영역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습관적인 정보의 종류나 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평소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이나 감정의 패턴이다.

이러한 패턴은 우리의 삶에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피해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의식’이다. 피해의식의 가장 큰 특징은 관점이 바깥을 향한다는 것이다. 피해의식에 빠지면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게 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도 누가 내게 한 말이나 행동, 나에게 일어나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는 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의식은 반드시 부정적인 상황하고만 연결된 것이 아니다. 기분 좋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상황 뒤에도 피해의식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행복이나 기쁨이 

어떤 사람이나 특정한 환경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면 그 또한 피해의식이다. 내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인생을 좌우한다는 의식은 필연적으로 걱정과 근심, 분노,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원인 자체가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인이 된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자기 삶도 달라질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 주인의식은 시각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 인생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는 대부분 내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런 의식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두운 인생의 밤바다를 항해할 때 북극성처럼 우리를 비추어주는 영감과 힘의 원천을 갖게 된다.

골프는 우리에게 이 두 가지 의식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피해의식과 주인의식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매 순간 우리에게 선택할 기회를준다.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 


글.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 ≪나는 100세 골퍼를 꿈꾼다≫, ≪타오, 나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여행≫, ≪오늘부터 수승화강≫ 등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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