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칼럼] 영혼은 정신을, 뇌는 지성을 담당한다?

뇌의 실체를 알면 바뀌는 것들

브레인 95호
2022년 11월 11일 (금) 15:20
조회수625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열정과 근력의 관계

뇌는 몸의 일부이다. 초등학생들도 알 정도로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도 오랫동안 사람들은 이를 부인해왔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의문이 든다면 일례를 들어보겠다. 뇌의 작용으로 생겨난 정신적 현상을 일컫는 단어인 열정, 지성, 영감, 사랑, 애국심 같은 것은 근력, 소화기능, 혈액순환 등과 근본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고 믿어온 감정이나 감성은 신체적 작용이 아닌 무언가 아주 특수한 현상일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되어왔다. 인간 존재를 신체적 기능을 담당하는 몸과 정신적 기능을 담당하는 영혼으로 나누어 인식하는 것은 누가 어디서 먼저 이런 생각을 했는가를 따질 수도 없을 만큼오랫동안 일종의 진리로 대부분의 문명에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를 상식으로 여긴다. 물론 영혼의 존재 자체는 과학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영혼에 대한 논의는 성직자들에게 맡겨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뇌의 많은 기능이 영혼의 작용으로 인식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뇌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영혼을 부정하는 행위일까?

뇌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영혼의 기능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갖게 됐지만, 여전히 영혼과 뇌의 관계에 대해 더 명확하게 분류하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영혼을 부정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과거에는 이런 행위를 신성 모독으로 간주해 매우 심각한 처벌을 내렸고, 현대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학계에서는 언급을 자제하거나 피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진 관념과 지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 르네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이다. 데카르트는 영혼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뇌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했고, 영혼과 신체의 연결고리를 뇌, 더 정확하게는 뇌의 한 부분인 송과체라고 주장했으며, 뇌를 지성이 거주하는 자리로 정의했다. 그의 주장은 학계에서 설득력을 잃고 역사적 기록의 일부로 남게 됐지만,그의 시도는 결국 또 다른 관념을 만들었고, 이는 현대사회에서 일종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영혼은 정신(Spirit)을 담당하고, 뇌는 지성(Intelligence)을 담당하며, 몸은 물리적인 생명유지기관으로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최근까지는 이러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를 구성 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개인이자 발적으로 선행을 하고 그가 속한 사회에서 처벌받거나 지탄받을 행위를 자제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영혼에 대한 믿음이었다. 선한 생각을 하고 선행을 하면 영혼이 순결해지며, 나쁜 생각을 하거나 악행을 하면 영혼이 타락하여 결국 사후세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은 그 어떤 지역에나 존재했고, 이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법이나 규범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현대에 정신질환이나 뇌 기능, 뇌 발달 장애로 인한 사회문제가 부각 되면서 영혼에 대한 인식을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뇌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뇌와 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해법 찾아야

현대사회는 수만 년간 존재해온 인류의 신체가 적응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과학발전을 이루어냈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인구가 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같이 생활해야 하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속적인 외 부 자극과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시기는 상대적으로 매우짧다.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생활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있다. 더욱이 꽃과 나무, 흙 등 자연환경과의 접촉이 극히 줄어든 환경에서 수많은 화학물질과 함께 살게 된 것 역시 그리 오래지 않다. 

정신질환과 면역질환 등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이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뇌와 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환경 변화에 대처할 본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까지는 뇌의 해부학적 기능과 상태를 연구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중요한 과제였지만, 이제는 신체와 뇌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점차 늘면서 매년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학계에만 머물지 않고 대중에게 전달 되어 인식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의 참뜻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자신의 시에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이라는 표현을 썼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하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 문장은 사실‘운동만 하면 바보된다’는 의미를 비꼬아서 표현한 말이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운동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더 바른 인격체가 되는 데는 관심이 없는 로마인들에게 멋있는 몸만큼 너희들 인격도 그렇게 멋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빈정거림이었다. 유베날리스가 로마인들에게 권하고자 했던 것은 독서나 사색, 토론 같은 지적활동이라 인식된 행위일 것이다.지금도신체단련과두뇌계 발, 나아가 정서발달을 각각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며 인격에 대해서는 변화 되지 않는 타고난 성향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의 뇌 연구는 이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학습능력은 뇌 기능과 관련이 깊고, 뇌 기능은 혈액순환이나 호르몬 같은  생리현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그러한 예 중의 하나이다. 

신체 상태가 정서조절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장과 뇌에 미주신경이라는 일종의 고속 통신망 같은 연결구조가 있음을 발견 하고,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경우 95퍼센트가 장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쾌락, 성욕, 긍정적 마음을 관장하는 도파민과 불안, 부정적 마음, 스트레스 반응을 관장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을 통제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 결핍은 우울증, 반사회적 성격 장애 같은 정서행동장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환경변화, 운동결핍, 식생활 변화는 인간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며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 씬 더 큰 영향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납성분이 들어간 휘발유 때문에 대기 중 납 농도가 증가 해 심각한 수준의 납중독에 시달렸던 1950년대를 기반으로 한 여러 연구에 서 아동들의 지적 기능이 저하하고 문제행동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범죄율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이후 낮아지게 된 배경으로 1950년대 아동들의 납중독을 지목하고, 폭력성과 범죄율에 대한 범법자의 체내 납 함량 수치의 연관성을 발표한 연구결과도 있다. 

추가적으로 당시 아이들의 학습장애에 대해 지적한 연구자는 납 때문에 8억 이상의 IQ포인트가 손실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납중독 위험성의 경고만이 아닌, 신체상태와 인지,정서 간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 이제 정서는 도덕교육, 지성은 독서나 암산, 건강은 운동이라는 단순한 해법으로 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제대로 도달하기 어렵다.


환경공해가 범죄율을 높이는 원인이라면?

뇌는 신체의 일부이다. 이 단순한 상식이 이제는 대중들에게 많이 받아들여 졌다고 해도 과거의 관념으로 인해 아동교육과 성인교육을 포함한 교육정책 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학교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식습관과 교육을 함께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의 경우 학생들의 충분한 신 체활동을 학교 교육과정에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경공해가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의 인격과 지성에 영향을 미쳐 미래의 독재자나 범죄자 발생의 주요 인이될수있다고생각하지는못한다. 이제는 뇌 관련 연구성과가 학문적범 주에 머물지 않고 대중이 더 쉽게접할 수 있도록 전달되어야 한다.뇌의실체를 규명하는 일이 기존의 믿음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계와 뇌 관련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글. 이정한
IBREA Foundation 이사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