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일등보다 일류가 되어라! Inspiring(영감을 주는), 우리나라를 살리는 키워드가 돼야 합니다"

▲ 국내 최초의 초미니칼럼이자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 <두줄칼럼>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국의 마크 트웨인이 되고 싶어요”

세상을 바꾸는 최초의 생각! AI 메타버스 시대, 기존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인사이트와 역발상.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이자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 <두줄칼럼>으로 유명한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저는 그동안 'Think 4.0' 시대, 인문과 경영의 융합을 내걸고 돈을 벌기보단 시대를 벌자고 주장해왔습니다. 우선 가르치고 육성한다는 뜻의 '교육(敎育)'이란 단어는 이제 바뀌어야 됩니다. 정답형은 결코 해답형을 이길 수 없읍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생각의 품질'입니다.

선진국들이 Industry 4.0 시대를 넘어 5.0 시대로 질주하고 있는데, 우수한 창조적 DNA를 가진 우리 사고의 수준이 아직도 2.0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칸막이형, 주입식 하향평준화 시스템 하에서 우주 물류기지나 화성 로켓과 같은 Unboxing 개척형 사고가 잉태되긴 어렵다고 봅니다.”

베스트셀러『한국인의 경영코드』를 거쳐 최근 10쇄를 돌파한 대표작,『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조선일보에서 기존에 없던 유니크한 장르의「두줄칼럼』연재 1년을 넘긴 시점에서의 만남.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는 그의 두줄칼럼 중 "최고, 최대는 언젠가 깨진다. 그러나 최초는 영원하다."란 문구를 생각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경영학 전공으로 석박사 취득. 그 이후 로펌, 경제연구소, 금융기관, 방송콘텐츠, 대학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 정부 및 공공기관을 포함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자 스타급 강사로도 유명한 이동규 교수와의 인터뷰 요약이다.

 

▲ 2021년말 교보생명 광화문글판‘겨울편’에 게재된 이동규 교수 두줄칼럼‘겸손’


Q. 최근 조선일보에서 매주 연재한 두줄칼럼이 이미 1년을 지나 순항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끊임없는 창조적 에너지를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걸 내가 낳은 ‘생각의 자식’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때그때 타이밍에 적합한 테마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죠. 그에 따라 대안이 수십개 나오고, 최종 확정을 지으면 환하게 동이 터오는 날도 많아요.

처음 조선일보에서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라고 소개했는데, 제목과 두줄을 뽑고 나면 관련 해설 여백이 200자도 안돼요. 언어의 인수분해를 거쳐 최종으로는 그 속에 삶의 두 가지 축인 '의미'와 '재미'가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야 합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한국 최초로 이런 형태를 연재하게 된 겁니다. 창조하면 다들 어려워 하는데, 먼저 생각하는 거라고 봐요. 그래서 최초는 영원한 겁니다. 어찌 보면 본질과의 결혼, 익숙한 것과의 이혼일 겁니다.

저는 오랫동안 뭐든지 쉽게 만드는 걸 추구해왔습니다. 원래 쉬운 게 최고 어려운 겁니다. 특히 줄이는 훈련을 수십년 간 해왔죠. 줄이면(-) 살고, 늘리면(+) 죽는다는 각오로 말입니다.

생텍쥐베리의 "완벽함이란 더 이상 늘릴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는 상태다"란 말에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에선 'Business Diet'라고 하는데 프로의 결과물은 쉽고, 단순하고, 재미있어야 됩니다. "단순함은 궁극의 세련됨이다"는 다빈치의 말처럼 말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사가 ‘저절로’입니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상통하는 말이라 봅니다. 그런데 '저절로(路)'라는 길이 열리기 위해선 인간의 힘만으로는 안됩니다. 학(學)이 채움이라면 도(道)는 비움이란 말은 의미심장 합니다.
 

Q. "검색보다 사색이다. 진정한 사유는 고독을 먹고 자란다." 이것을 보니 매회 두줄칼럼 탄생의 노하우가 응축된 것 같습니다. 사색을 통한 창의성의 발현, 어떻게 만들고 계신가요. 

인간의 창조는 한마디로 '낯선 것들의 연결'입니다. 그 바닥에는 어린애 같은 호기심(innocent why)이 있어야 해요. 호기심은 상상력의 핵심 원료입니다. 

과거 디즈니가 만든 '이매지니어링(imagineering)'이란 단어도 같은 차원입니다. 오늘날 핸드폰에만 빠져있는 젊은이들은 사실 자신의 뇌기능을 외주 준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진짜 스마트한 사람은 찾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어떻게(How)’ 보다 중요한 게 ‘왜(Why)’입니다. 경영학에서는 ‘How’는 매니저의 것이고, ‘Why’는 리더의 것이라고 합니다. 리더는 본(本)과 질(質)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는 거죠. 넷플릭스 창업자의 말처럼 리더는 반드시 반대로 볼 수 있어야 됩니다. 사실 정상이란 말보다 비정상인 것은 없으니까요. 

남만 쫓아다니면 내 목소리는 없어집니다. 저는 반대로 살았어요. 평생 싫증 안 나는 연애는 자신과의 연애거든요. 인류 최고의 언어가 뭐냐고 하면 스티브잡스가 내세운 ‘Think different’라고 생각해요. 동종교배에선 이게 안되니 노벨상이 안나오는 겁니다.

세상에서 다양성만큼 강한 건 없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인생 최고의 위안은 ‘다름(difference)’이라고 해요. 틀린 것과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사람은 용서가 됩니다. 공평과 공정의 혼동도 마찬가지입니다.


Q.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시간을 보면, 남다른 이력 자체가 융합과 통섭의 시간을 보내오신 것 같습니다. <두줄칼럼>의 탄생과도 연결되어 있어 보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마크 트웨인입니다. 이 사람에게 크게 감동해서 우리나라에서 마크 트웨인처럼 세상에 뱃길을 내겠다고 마음 먹은 거에요(마크 트웨인이란 이름은 뱃사람 용어로 배를 띄울 수 있는 ‘두 길’을 뜻한다).

한국의 마크 트웨인이 되자는 건방진 생각을 했었죠. 우리는 <허클베리 핀>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가 남긴 말들은 하나 같이 정문일침, 촌철살인이에요. 마크 트웨인의 삶은 사실 무척 불행했죠. 미켈란젤로처럼 이 사람도 고통과 결핍이 걸작을 만든 경우입니다. 불가마에서 도자기가 나오는 법이니까요.

지금 하는 대학원 강의가 ‘인문과 경영’인데 소위 융합적 접근을 시도한 과목입니다. 우선 인문학은 자유롭게 사는 기술이고, 경영학은 가치를 만드는(value creation) 기술입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연구에요.

두줄칼럼 중 가장 인기 있는 것 중에 '고수와 하수' 시리즈가 있는데 "하수는 남을 연구하고, 고수는 나를 연구한다"라는 게 있어요. 저로선 '내 인생의 보물찾기'를 계속해온 셈입니다.

 


Q. "나를 연구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인공지능(AI)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의 출현 시대에 인간의 고유역량 계발이 미래 교육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막강한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은 대체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라는 얘기가 많아요. 사실 현재 AI에 비해 인간은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스마트로봇이 서로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인공지능은 가능해도 인공지혜는 불가능합니다. AI라는 최고급 도우미의 주인이 되는 사람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뭐냐. 창의력, 상상력, 공감력의 세 가지 ‘3력’이라는 말도 만들었어요. 선진국에선 이미 종적 깊이를 파온 한우물형 'I자형'에서 횡적 연결을 강조해온 'T자형' 인재를 선언해온 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그것도 옛날 이야기입니다. 작금의 '인재 4.0 시대'는 종횡무진 통섭형 인재가 뜨는 시대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통섭의 '섭(攝)'자를 보면 귀(耳)가 세 개란 점입니다.

한편 ‘박사(博士)’란 넓게 아는 사람인데 대부분 협사(狹士)입니다. 학문(學問)이란 넓게 공부하고 깊게 질문한다는 '박학심문(博學審問)'의 약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부는 좁게 하고 질문은 아예 없어요. 질문은 바로 그 사람의 수준이에요. 전공이란 미명 하에 너무 쪼개다 보니, 전체를 못 보는 눈뜬 장님도 많습니다. 

인재 4.0 시대의 키워드가 '인스파이어링(inspiring, 영감을 주는)'이에요. 숨을 불어넣는 거죠. 평범한 선생은 설명을 하고 위대한 선생은 영감을 줍니다.

특히 지금 젊은이들에게 선배들이 해주어야 할 것은 '티칭'보다 '코칭' 입니다. 따지고 보면 교육(敎育)이란 단어는 ‘가르치고 육성한다’는 뜻으로 사실은 석기시대 용어입니다. 교육이란 말의 전제가 정답이 있다는 건데, 이거는 B나 C학점 수준입니다. 제가 이른바 'Inspirational Journey'를 주장해온 이유입니다.

최근 러닝(learning) 보다 오히려 '언러닝(unlearing)', 즉 탈(脫)학습이 강조되고 각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가진 괴짜(geeks)들이 뜨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Inspiring’이라는 말이 한국의 젊은이들을 살리는 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정해진 답이 없어야 됩니다. 


Q. 교수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본질을 탐구하는 삶’인 느껴집니다.

제가 본질을 보는 그런 끼가 있는데 나만의 목소리를 위한 외로운 훈련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꽤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죠. 한 10여 가지 직업을 하다 보니까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체 난 이 세상에 뭘 남길 건가. 뭐 쪽팔려서 살 수가 없는 거예요.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야 되는데. 난 언어의 조각(彫刻)을 남겨야겠다. 더 나아가 한류 4.0시대, "생각을 수출하라"까지 진화해보려 합니다.

 


Q. 어쨌든 외부에서 정보가 뇌에 들어오면 기존에 있는 정보하고 새롭게 들어온 정보하고 믹싱이 돼서 신경망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정보의 입력이든 이후의 사색과 명상이든 뇌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고 하죠. 저는 타고난 우뇌형입니다. 특히 요즘 토끼는 잠도 안자고 노력합니다. 거북이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오직 토끼를 꼬셔서 물로 데려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하는 대신 책은 잘 안 봐요.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인용은 절대 필요합니다. 피카소처럼 타인의 생각을 훔치는(steal) 일이죠. 그러나 도서관의 책을 다 읽었다고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일단 나로선 책보다는 신문과 잡지는 많이 봅니다. 언어란 생각의 집(house of thinking)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언어를 갈망하는 거죠. 제가 늘 "일등보다 일류가 되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차원입니다.

기도와 명상이 좋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두뇌를 포맷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인류가 쌓아온 고전(클래식)으로 영혼의 샤워를 합니다.

두줄칼럼 중에 "전직보다 현직이다. 현직보다 천직이다."란 말이 있어요. 직(職)과 업(業)은 다른 것입니다. 하늘이 자신을 이 땅에 보낸 이유가 업(業)입니다. 직은 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죠. 수많은 직 중에 천직이야말로 나만의 소명이자 행운입니다. 그래서 천직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내 천직은 말하고 쓰는 거예요. 원래 ‘지식(知識)’이란 글자를 보면, 지(知)는 ‘화살 시, 입 구’이고, 식(識)은 ‘말씀 언, 새길 시’에요. 결국 인생이란 말하고 듣고 읽고 쓰기 아니겠어요.

  


Q. <브레인> 독자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공보다 성장이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닙니다. 성공이란 단어에서 한 글자만 바꾸면 인생은 전혀 다른 길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오늘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면 우리는 성공한 거다.

인생이란 어깨 힘빼기 시합입니다. 골프와 인생이 똑같아요. '천고마비', 즉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마음을 비워라. 언제나 결론은 사람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두줄칼럼, <기적의 원료>를 소개하는 걸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은 감동을 만든다.
 감동은 기적을 만든다."

대담.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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