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영재] 한 학교에 세 번 입학한 아이

자녀 셋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낸 한 교사의 성장기_3편

브레인 97호
2023년 03월 22일 (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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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아이에 대한 나의 참회록

이제 셋째 아이 이야기를 할 차례다.어쩌면 이 글은 셋째에 대한 나의 참회록이기도 하고, 부모로서 나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셋째 아이는 내 삶에 늦게 온 아이로 부모와 주변 가족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셋째는 극심한 왼손 잡이에 성장속도가 느려 몸이 왜소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많이 받아 마음의 상처가 컸다. 이는 가족 모두의 근심이 되기도 했다. 아이 몸은 힘의 균형이 왼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어서 오른쪽 힘이 매우 약했다. 오른손으로는 연필을 쥐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아이 몸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 전통 무예인 단무도 수련을 하게 했다. 다행히 아이는 단무도를 열심히 했고 재능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욕심이 더해져 아이의 자발적인 의사를 무시한 채 계속 단무도를 시켰다. 몸을 단련할 기회를 주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잘 읽어주지도 못했다. 우리 뇌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선택했을 때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데, 당시 나는 그 점을 놓치고 있었다.
 

▲ ⓒ게티이미지


첫째와 둘째는 동생의 입학을 반대했다

셋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한 아이였다. 그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하고 나는 내 생각에만 집중해 아이를 대한 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점점 마음을 닫기 시작했다.누나들과도 나이 차이가 있고, 또 성별이 다르다 보니 정서적 교감도 어려워하는 듯했다.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는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을 더 힘들어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는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누나들이 다닌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진학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의 누나들은 생활에서 자발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 동생이 자기주도성이 필요한 벤자민학교에 가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아이의 닫힌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겨울방학 중에 열리는 벤자민학교 캠프에 참가해 보기를 권했다. 다행히 아이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캠프에 다녀왔고, 진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아이는 일반고 진학으로 가닥을 잡고 교복도 맞추며 고등학교에 갈 준비를 해나갔다. 그러던 중 단무도 수련을 함께 한 형을 만나 벤자민학교에 다닌 이야기를 듣더니 벤자민학교에 가겠다며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셋째는 왼손잡이의 독특한 두뇌 특성과 왜소한 몸집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의 상황을 알고 있는 부모로서 아이가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코로나19가 터졌고 결국 팬데믹으로 이어졌다. 벤자민학교의 가장 큰 특성은 자기주도적으로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인데, 셋째가 입학한 2020년 코로나 첫해에는 모든 교육환경이 그러했듯 벤자민학교 활동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래도 일반학교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집에서 지내는 동안 벤자민학교 아이들은 그동안 경험한 노하우로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나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아이와 함께 벤자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면서 차츰 마음의 골을 좁혀나갔다.

셋째는 내가 물어보는 말에 단답형 답만 주로 했고, 무엇인가 부탁이 있는 경우에도 용건만 간단하게 문자를 보내곤 했다. 나와 아이 사이에 알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늘 있었다. 표정도 굳어있고, 매사 부정적이었다.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얼굴의 굳은 표정은 조금 풀린 듯했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가족의 사랑을 믿는 힘은 아직 약했다.
 

두 번째 입학 이후 나타난 변화

그렇게 한 해를 보낸 셋째는 다음 해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놓고 다시 고민했다. 결론은 일반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4월에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벤자민학교를 한 해 더 다닐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는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검정고시를 치르고 얼마 뒤 아이가 벤자민학교에 재입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그렇게 하라고 했다. 전해에 벤자민학교 담임이셨던 선생님이 제주살이를 떠나는 데 함께하자는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외부활동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아이의 마음을 다시 학교로 이끈 것 같다. 

2021년에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체험 활동이 많이 이루어졌다. 제주살이에 이어 지리산 국토 종주를 다녀오면서 체력이 향상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도전하는 힘이 생겼다. 아이는 학교의 모든 활동에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성격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태도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부모를 대하는 방식도 유연해졌다. 가족에 대해 부정적이던 아이의 마음이 점점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화의 길이도 길어지고 속마음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셋째는 마음 깊이 숨겨둔, 어릴 적 단무도를 하면서 받은 상처를 드러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부부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동안 아이와 우리 부부 사이에 생긴 깊은 감정의 골을 메울 실마리를 찾은 순간이었다.

나는 셋째가 벤자민학교에 다닌 3년 중에서 이 순간이 제일 감동스럽고 감사하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치유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학교가 벤자민학교 말고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벤자민학교는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부모의 성장도 함께 이끄는 참 감사하고 귀한 학교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녀와 소통이 막힌 부모가 있다면 벤자민학교를 적극 권유한다.

셋째는 자신의 감정을 부모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자기가 힘들었다며 거부감을 갖고 있던 단무도도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이 어릴 때 단무도를 해서 신체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전국의 벤자민학교 친구들이 모두 만나는 중앙 워크숍에서 아이는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발표하고, 자발적으로 단무도 쌍검 시범을 보였다. 스스로 선택하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발성은 우리의 삶에 활력을 주고, 가슴 밑바닥에서 열정을 길어 올린다는 사실을 다시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 ⓒ게티이미지


대학 안 가고 벤자민학교 생활을 더 하겠다고?

벤자민학교에 재입학한 2021년에 셋째는 첫해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했다. 유튜브를 통해 색감을 공부하고, 옷을 멋스럽게 입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더니 친구들에게 옷을 골라주며 옷 입는 법을 코치해주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패션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 SNS 활동도 열심히 하고, 진로를 패션디자인 분야로 정해 또래보다 1년 먼저 대학에 갈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원서도 내고 그렇게 대학에 진학할 줄 알았는데, 그해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지구시민캠프에 다녀온 후 벤자민학교 생활을 다시 한 해 더 하고 대학에 가겠다고 했다. 3년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아이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아이의 뜻을 받아들였다. 

오로지 자신의 선택으로 벤자민학교에 세 번째 입학한 아이는 학교생활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제주도 국토 종주를 기획하여 리더십을 발휘하고, 전국단위의 캠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1년을 열정적으로 생활했다. 표정이 더 밝아지고,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부드럽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자신의 성장에 대한 의지가 커졌다. 

두어 달 전, 아이가 쓴 소감문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오늘 ‘자기선언’을 했다. 살면서 내 이름을 부르며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소리쳐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해보니 순간 조금 울컥했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데 필요한 시간

2023년, 이제 곧 있을 세 번째 졸업을 앞두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셋째에게는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떤 음식이 숙성하려면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믿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벤자민학교를 통해 나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며 아이와 함께 성장했고, 덕분에 아이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었다.

아이는 진로를 경영계열로 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셋째가 벤자민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따라 살아가길 희망한다. 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주변을 밝히고 빛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이 그랬으면 좋겠다. 

글. 강명옥 경기 평촌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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