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의 책보다 자신의 뇌를 들여다보라

뇌교육 칼럼

브레인 102호
2023년 12월 07일 (목)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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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민주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현대정치 

요즘 어느 국가든 그 국민이 정치에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한국은 정치가 양당 체제로 갈려 국민의 권익보다 이념과 파벌 다툼에 몰두해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여서 대다수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지 않고 정치적 무력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놓고 과거처럼 정치인들만 탓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 시스템을 채택한 지 오래고,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국민 다수의 뜻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고, 국정에서 외교까지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가 민주주의이다.

게다가 컴퓨터와 인터넷의 출현으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사회와 대중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정치 역시 점점 더 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변화와 함께 국민 개개인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현대정치는 오히려 더 광범위한 불만을 낳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진짜 원인

최근 많은 사람이 열광한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NFT 같은 기술의 핵심은 단지 매력적인 투자상품이기 이전에 개인의 권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된 도구라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국가라는 개념이 생긴 고대문명기부터 꿈꿨을 법한, 개인이 권력자나 지주 같은 지배구조에 속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상화폐는 금융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기 노동력의 대가를 안전하게 축적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블록체인은 개인정보의 완벽한 보호와 검증을 기반으로 모든 행정 시스템을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이며, NFT는 자기 노동력과 창조력이 제삼자를 통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안타깝게도 이것들은 일확천금의 욕심을 실현해줄 투기상품으로만 남용되었고, 사람들은 이 기술들이 가져다줄 미래의 가능성보다 투기의 광풍으로 인한 폐해에 먼저 부정적인 시선을 던졌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반복해 일어나는 걸까? 불합리한 일의 발생원인을 따지다 보면 사람들은 쉽사리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을 지목하려 든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진짜 원인은 매우 가까이에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뇌다.

뇌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의 노력으로 인간은 뇌의 속성상 지성이나 논리가 판단과 행동을 주도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fMRI나 자기공명영상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촬영한 많은 연구가 알려주는 사실은 뇌에서 논리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와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가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정은 논리적 판단과 상관없이 행동을 주도할 수 있다

감정과 이성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황에 따라 감정이 논리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인간의 행동을 주도할 수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고정관념을 깨는 발견이다. 인간은 논리적 존재이므로 이성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않다면 의도적으로 악행을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감정과 이성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우선인지를 따질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이성이 감정을 조절할 수도 있고, 거꾸로 감정이 모든 판단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체제가 정착된 지금까지도 다수가 소수에 의해 선동되거나 군중심 리의 작용으로 여러 문제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반복해 온 과오를 통해 과거처럼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제대로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양자물리학의 거장인 데이비드 봄David J. Bohm은 《창조적 대화론》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의 필수요소는 대화를 통해 공통의 이해를 찾아내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가 설명한 대화를 할 때 갖추어야 하는 ‘진지한 태도’는 결국 감정을 절제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우리 자신과 우리의 뇌에 대해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이해하려 한다면 매우 달성하기 힘든 일이다.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상황보다 눈앞의 기회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더 많던 원시사회에서 뇌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 판단에 훨씬 더 많이 의지했을 것이다. 이후 인류의 문명은 변화를 거듭했지만, 인간의 뇌는 원시의 구조와 기능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이성으로 감정을 조절하라는 것은 사회가 우리 뇌의 기본 속성에 반하는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치 갓난아기에게 걷기도 전에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사회가 뇌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인류는 중대한 전환점에 이르렀다. 미래학자들이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과연 인류가 멸망의 길로 갈 것인지, 더욱 발전한 문명사회를 이룩할 것인지 예측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답을 알아낼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가 과거보다 훨씬 발전된 방식으로 우리 자신의 뇌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 인간에게서 절대로 바뀔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인격이나 기질 같은 특성, 또는 숙명에 가까웠던 영역까지 의도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신경과학이 밝혀내고 있지 않은가. 결국 미래에 대한 답은 사회가 뇌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찾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글_이정한 IBREA Foundatio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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