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감정의 재탄생

인류학, 사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까지 감정 연구의 역사와 미래


감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나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질문에 바로 명쾌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을 살펴보자. 감정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양육이나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가? 심장과 뇌 가운데 어느 쪽이 감정에 더 중요한가?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는가? 

이 책 《감정의 재탄생》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프로이트, 다윈, 에크먼, 레디, 르두, 다마지오와 같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사상가와 학자들의 ‘감정’ 개념 및 연구를 비판적으로 추적해 나간다. 이 내용은 철학, 인류학, 사회학, 언어학, 예술사, 정치학부터 19세기 실험심리학에서 최신 신경과학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다루는 감정의 역사는 ‘메타역사’이며, ‘감정’ 개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폭넓고 집요한 연구의 결과로 이 책은 국제 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감정에 관한 다학제 자료를 헤쳐나가는 연구자들에게 생명줄을 던진” 최고의 입문서로 정평이 나기도 했다.
 

감정은 인류 공통적인가 아니면 문화마다 다른가?

‘사랑’은 인류 공통의 감정일까? 원래 인도에는 ‘사랑해’라는 말이 없었다. 이 말은 발리우드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널리 알려졌다. 남인도 타밀족은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이 아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리핀의 원주민 일롱고트족 남자들은 20세기 말까지 성인식의 의미로 ‘머리’를 사냥했다. 그들은 슬픔이나 화 같은 무거운 ‘감정’을 버리려고 ‘절단’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류학 연구들은 감정이 문화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가? 하지만 이러한 연구에도 인류의 보편감정과 그 표현 규칙을 찾는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나 뇌의 영역에서 감정표현의 중추를 찾고자 하는 신경과학자들은 다른 길을 걸었다. 

감정사는 100년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감정을 연구한 두 가지 감정이론 간의 논쟁을 중심으로 한다. 먼저 인류학으로 대표되는 구성주의자들은 감정이 학습된 것이며 역사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 반면에 생명과학으로 대표되는 보편주의자들은 감정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믿으며 범문화주의를 주장한다. 리머릭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 얀 플럼퍼는 《감정의 재탄생》에서 이 격렬하고 치열한 이분법을 종합하고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심리학 및 최신 신경과학과 관련된 다학제적 접근

‘감정’을 다루는 학문의 권위는 시기에 따라 달라져 왔다. 과거에는 철학, 인류학, 심리학 등이 권좌를 차지했고, 현재는 과학 특히 신경과학이 이 영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 《감정의 재탄생》은 가장 많은 분량을 지닌 3장 전체를 할애하여 ‘감정의 역사’에 대한 최신 연구를 종합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다윈은 일찍이 진화적 측면에서 인간과 동물 감정표현의 공통점을 말했다.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는 두려움의 중추를 뇌의 ‘편도체’에서 찾았다. 현재는 침의 pH값, 혈액 샘플, 맥박, 뇌 스캔 영상을 통해 감정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인간 감정의 모든 것을 뇌 영상 사진이나 거울 뉴런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신경과학적 발견을 인문학이나 역사, 정치학적 통찰로 가져가려는 연구자들에게 조언한다. 

과학 이론을 다른 연구 분야에서 손쉽게 빌려오는 것은 중요한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괴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험 설계, 표본 크기, 내적, 외적, 생태학적 타당성에 대한 고찰”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들은 빠르게 대체되는 진실과 모든 실험 복제 가능성의 불안감에 익숙해져 있지만, 인문학자들은 그렇지 않다. 실험실 연구가 과학 저널로 대중화되는 데는 시간적 지연이 있고, 이러한 의존에는 이제는 쓸모없어진 지식에 기대는 위험이 따라붙는다. 

따라서 하나의 주제에 수백 개의 논문 결과를 체계적으로 비교하는 메타분석과 개별 논문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과 조언은 새로운 과학 발견 속에서 길을 잃은 감정 연구자뿐 아니라 여타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큰 통찰력을 준다. .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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