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거짓말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조직하는가

2011년 01월 31일 (월)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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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인지과학, 행동경제학, 신경경제학, 진화생물학의 최신 연구성과를 융합해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간 본성을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다. 수십년간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오류, 뇌의 거짓말을 밝혀낸 탁월한 보고서다.

◈ 우리는 지금 무엇을 낭비하고 있는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 봐도 지출은 쉽게 줄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낭비하고 있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과도한 가치폄하’에 빠져 신용카드를 긁어대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한 주식에 매달리느라 시간과 감정을 낭비한다.

또 천 원을 잃어버렸을 때는 만 원을 주웠을 때 느낄 기쁨보다 더 큰 상실감을 겪으며, 기분이 저조할 때는 체중이 느는 것도 잊은 채 음식을 마구 먹어댄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본능이다. 본능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수를 인지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는 있지 않을까? 저자는 수많은 오류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인지하고 챙긴다면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넌지시 알려준다.

◈ 우리 눈앞의 현실은 진짜일까?
우리가 오감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뇌는 오류를 일으킨다. 그것은 단순한 착시현상뿐 아니라, 초자연현상, 사물 인식, 거짓 증언, 사랑의 감정, 해탈의 깨달음 등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중 초자연현상에 대해서는, 초(超)저주파로 인해 발생한 진동으로 과도 호흡과 근육 긴장, 불안감 같은 증세가 나타난 사례가 소개된다. 이러한 현상은 초기 인류 때부터 생존의 한 방식으로 발전된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즉, 지금은 멸종된 동물인 매머드와 마스토돈이 저주파음으로 대화했기 때문에 인간은 무의식중에라도 그들의 저주파를 감지하면 위험을 상상하는 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또 거짓 기억에 대해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왜곡된 기억을 떠올린 사례들을 소개한다. 특히 아동학대로 수감되었던 몇몇 사람들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들이 의도하지 않게 거짓 증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자신의 감각에 대해서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똑똑한 사람들이 왜 실수를 저지를까?
아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항공기 조종사는 자신이 운행하던 보잉 737 모델의 특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탓에 그 최신형 모델에서 변경된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고 사고를 더 크게 만들었다. 또 베테랑 조종사였던 홀랜드(Arthur Bud Holland) 중령은 규정을 어겨가며 에어쇼를 연습했지만 ‘몰입’ 상태에 빠진 나머지 사고를 일으키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순간적 판단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경영적 사고’를 중시한 결과 일어난 챌린저호 폭발 사건, 권력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못 판단하여 실패로 이어지는 상황을 보여준 실험, 지루한 일에 경각심이 마비되어 일어나는 사고 등이 제시된다. 이처럼 순간적 착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약간의 사고 전환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점검표와 상대주의적 사고 등의 해법을 제시한다.

◈ ‘우리’는 왜 ‘그들’을 미워하는가?
가상의 ‘우리’라는 집단은 역시 가상 집단인 ‘그들’을 미워한다. 여기서 ‘우리’는 혈족 관계이거나 같은 종족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콘서트를 관람할 때든 시위를 할 때든 우리는 모호한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그리고 사회생활 속에서는 약 150명 정도와 친분을 유지하며 ‘우리’ 집단을 구성한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이 수치는 뇌의 신피질(neocortex) 크기가 클수록 커진다고 한다.

우리는 쉽게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만큼 ‘그들’로 규정된 집단에 대한 적대감도 쉽게 느낀다. 저자는 여러 실험을 통해 이런 특징을 소개한다. 미국에서 여러 인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자신이 속한 인종에 대해 보편적으로 기대되는 능력에 따라 시험 점수가 달라지기도 했고, 열한 살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이 자신이 속한 반에 소속감을 느끼며 다른 반 학생들과 적대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무엇이 당신의 본능을 끌어당기는가?

우리는 유례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우리의 유전자는 7만 년 전의 동굴 주민들과 같다. 어쩌면 우리가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우리의 본능이 오늘날의 세상과 조화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장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하게 나타나는 인간의 감정과 말의 음조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초월하는 인류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우리가 꿈꾸는 낭만적인 사랑의 원인이 되는 본능을 호르몬 작용을 통해 분석한다. 또 음식 섭취에 있어서 우리가 보이는 일반적인 행동의 원인과 ‘문화’가 그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우리의 본능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문화의 변동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 우리는 왜 선행을 할까?
영장류는 도덕적 판단을 한다. 비록 그 기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우리는 도덕적인 행동을 할 때 벅찬 감정을 느낀다. 이에 관한 한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 돈이 생겼을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뇌 영역인 복내측 선조체(ventromedial striatum)가 강하게 활성화된 것을 발견했다. 또 가치 있는 것을 나누는 행동은 원시 인류 때부터 높은 지위를 얻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사회심리학자 블라다스 그리스케비키우스(Vladas Griskevicius)가 실시한 실험에서는 남녀 피험자들이 잠재적 배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이 장에서는 이 같은 실험들 외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권력자들이 도덕성을 잃는 이유를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통해 분석하며, 테러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동기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글. 이수연 객원기자 brainlsy@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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