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리포트] 교육 아닌 학습, 지식 아닌 체험 학습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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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리포트] 뇌교육이 뭐예요?

브레인 78호
2020년 01월 02일 (목)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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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리포트] 뇌교육이 뭐예요? 
교육 아닌 학습, 지식 아닌 체험 학습의 과학(Science of Learning)



21세기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과 노하우 자체의 가치가 매우 컸고 교육자의 역량 역시 매우 중요했다. 역사적으로나 소설 속에서 뛰어난 장인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수년간 잡일을 하며 성실함을 인정받아야 했던 과거의 사례만 보더라도 하나의 뛰어난 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평생의 삶이 보장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인 만큼 이를 습득하기 위해 큰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정보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교육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나 MOOC, TED 등의 온라인 강의, 사이버대학교 등의 지식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 싶은 보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고, 이러한 교육 혁신이 더욱 속도를 내며 발전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한 분야 최고 권위자의 교육을 VR(가상현실) 기기나 AR(증강현실)을 통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공간에서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교육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예전에 비해 기술과 노하우의 수명이 매우 짧아졌다. 과거의 지식이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는 기간이 빠르면 단 몇 년 안에 이뤄지며 기업들 역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지식과 노하우 같은 지적 자원보다 변하는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누구보다도 빨리 습득하고 활용하며 응용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이 높은 인적자원이다. 교육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안드라고지(성인 교육), 학습 민첩성, 자기 주도 학습 등의 개념들 역시 교육 목표가 지식과 기술 자체 전달에서 개개인의 학습 역량 강화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발전 하며 자기 고유의 가치를 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고 이러한 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조건과 환경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교육에서 학습으로, 지식 전달 아닌 자기 주도적 참여와 체험이 핵심 

학교에도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통 학교, 학원 강의 는 다대일 강의가 일반적이며, 필연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학습자는 교사가 강의를 하고 문제를 풀고 해설하는 것을 수동적·방관자적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지 노력의 차이가 성적을 결정한다고 생각한 탓에 학생들에게 좀 더 시간을 투자하고, 더 노력하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어떠한 조건과 환경에서 더 효율적으로 개개인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교육자의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교육 자료를 만들거나 강의하는 법, 더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법 등을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 학습자의 관점에서 교과목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만들거나 개인 관리 능력을 키우는 법,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습관을 만드는 법 등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높이는 것보다 중요함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학교의 교육 형태 역시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큰 변화를 인식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 시스템 을 가지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를 보면 한국 역시 어떠한 방식으로 교육이 발전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 

핀란드는 학생 개인의 참여를 우선시하며 주입식 교육보다 아이들의 의사표현과 상호작용 등, 학습의 토대를 이루는 기초 능력 향상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교사 1인당 평균 학생 수 12명의 수업 규모로 개인 상담과 코칭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놀라운 점은 세계 기준으로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 가장 많이 주는 핀란드의 교육이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에서 최상위권의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학습 성과가 높은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량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고 기초 능력을 키워 야 한다는 것을 핀란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한 심리학 연구에서 두뇌도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꾸준히 훈련하면 똑똑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 에 비해 학습 능력이 높아졌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타고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며 적합한 훈련과 동기 부여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학습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받기를 바라지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지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상과 벌로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은 금방 한계가 드러나며 아무리 설득하고 잔소리를 한다고 해도 학습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정말 잘 외우고 잘 배우는 데 공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대단히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높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 가운데 베카드Beckhard와 해리스 Harris의 ‘변화방정식Change Equation’이라는 이론이 있다. 행동의 변화, 즉 동기부여가 일어나는 현상을 공식으로 표현한 것인데 핵심은 다음과 같다. 변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은 현재 상태의 불편함과 뚜렷한 목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곱한 상태가 변화에 저항하는 심리적 상태보다 높을 때 충족이 된다. 

예를 들면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충동이 행동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현재 노래를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편함, 또는 불만족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처럼 잘 부르고 싶다는 것과 같은 뚜렷한 목표, 그리고 이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합친 심리적 상태가 노래를 연습하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 등 여러 장애로 인한 마음의 저항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세 가지의 요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이 강하지 않거나 아예 불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정확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셋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특별한 발견이 아닌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변화방정식 이론이 시사하는 점은 학습의 동기부여를 상과 벌, 독려 등의 외적 요소보다 심리·정서적인 상태와 같은 내적 요소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의 변화이다. 이처럼 발전된 교육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단순히 교육학적 이해만이 아니라 심리학적, 뇌신경학 적 이해를 병행해 일어나고 있다.

신체에 기반한 정서와 학습 

최근에 제시된 교육 중 가장 참신하고 혁신적인 시도는 신체 활동과 학습의 결합이다. 신체 활동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와 관련 서적이 넘쳐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구에서 찾아낸 다양한 방법을 실제 수업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하버드의과대학의 존 레이티John J. Ratey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운동화 신은 뇌-뇌를 젊어지게 하는 놀라운 운동의 비밀 》을 통해 운동이 스트레스 완화, 기억력 증대, 지적 능력 계발 등 의 두뇌 영역에 관련한 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주장은 더 이상 논란이 있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주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조지아대 의대에서 2007년에 발표한 연구 자료에서도 꾸준한 운동이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과 학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충분한 운동 시간을 제공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뇌신경학자인 다마지오 교수는 자발적인 동기부여 메커니즘에 대해 대단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임상 실험에서 두뇌 손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서 선택 장애가 일어나는 현상을 깊이 연구하며 인간은 두뇌 구조상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돼 있으며 감정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자신을 보존하고 몸을 그에 맞춰가는 생명 유지 현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마음은 몸 전체의 하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신체와 감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란 신체 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집중력이나 몰입력과 같은 학습과 관련된 역량 역시 신체 상태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이런 발견들은 미래 교육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21세기 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한국은 높은 교육률을 통해 뛰어난 인력을 양성해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뤄냈다. 우리에게 있어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 전체가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 대비, 다른 나라들보다 효율적인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2018년 기준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이 민간과 정 부 투자를 다 합쳐 7.6%로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으며 사교육비는 연간 20조원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문화와 경제에서 이제 한국은 선진국이라 불려도 무방할 만큼 질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교육 역시 시간과 비용만 세계 1위가 아닌 효율과 환경적인 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더욱 발전된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 이정한 국제뇌교육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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