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적의 열쇠 '배꼽'

황단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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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브레인 기자 |입력 2016년 08월 29일 (월)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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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건강에 신경을 쓰는 딸이다. 몸에 좋다는 말만 들으면 무엇이든 사서 택배로 보낸다. 택배기사가 우리 집의 사정을 잘 알 정도로 들락거린다. 택배기사에게 받은 직사각형 상자 속에 T자 모양의 노란기구가 하얀 주머니 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설명서로 보이는 책 한 권과 기구를 보면서 동시에 딸의 마음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일정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간단한 기구라며 엄마에게 꼭 필요하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기구의 이름은 ‘힐링라이프’다. 살면서 배꼽은 우리 몸에서 없는 것과 다름없이 살아왔다. 탯줄을 잘라낸 흔적일 뿐,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간단한 기구가 배꼽을 힐링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서서히 힐링기를 배꼽에 가져갔다. T자의 끝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배꼽 주위를 여기저기 눌러 보았다. 신기하게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우리 몸의 중심인 배꼽을 누르니 몸 전체에 전달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평소에 장이 좋지 않다. 술이라도 한 잔 하게 되면 설사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변비를 달고 살았다. 선천적으로 내려오는 유전이라고 형제들 모임이면 오빠 동생 함께 입을 모은다. 그런 내 몸의 근황을 딸이 상세히 알고 있다. 

딸은 힐링라이프를 보는 순간 엄마의 형상이 스크린이 되어 눈 앞에 떠올랐다고 한다. 나는 딸의 성의가 너무 고마워 침대에 누워서도 하고, 책상에 앉아서도 하고, 열심히 배꼽을 힐링하고 있다. 유일하게 힐링기는 수시로 나의 배에서 지신을 밟는다. 힐링하는 동안 내 마음은 어느새 날개를 달고 딸과의 배꼽이 연결되어 삼십팔 년 전으로 날아가고 있다.

나는 딸과의 생일이 이틀 차이다. 하마터면 생일날 아기를 낳을 뻔 했다. 생일이 지나고 이튿날 아침부터 서서히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양수물이 터져 양다리 사이로 흘러 내렸다. 시골이라 병원으로 가지 않고 보건소가 더 잘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시키는 대로 짐을 꾸려 보건소로 갔다. 그런데 배가 살살 아프다가 잠이 오고 아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님은 남편이 옆에 있으니 혼자만 아프면 되지 너는 어서 가서 자거라 하며 남편을 집으로 보내 버렸다. 나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찰나였다. 옆에서 손이라도 잡아 주었으면 싶었는데 무정하게 가버렸다. 지금은 나이가 있으니 어머님이 별로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어머님보다 남편이 옆에 있어주면 아기가 저절로 나올 것 같았는데 이중으로 마음과 몸이 아팠다.

하루 종일 틀고 밤이 새도록 아기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기력이 없어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배꼽과 배꼽의 연결이 이리도 힘든 일인지 생각지도 못했다. 누구나 아기를 데리고 다녔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위대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은 포기해 버린 동시에 배속의 아기는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남편이 바나나우유 세 통을 사 가지고 왔다. 바나나우유를 빨면서 힘주기를 반복 하면서 오후 1시15분에 딸과의 탯줄을 분리시켰다. 

배꼽과 모체의 만남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나는 어느새 밑으로는 하혈을 하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때 누가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꼽은 생명의 연결점이다. 모체와 탯줄로 연결되는 곳이자 지구 어머니와 생명에너지로 연결되는 곳이다. 배꼽은 시작점이자 끝점이고, 연결점이라고 배꼽의 의미를 설명서에서 알려주듯이 우리 몸의 중심인 배꼽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태어난다는 것은 자궁 속에서 생명을 지켜준 어머니와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다. 태어나서는 자연의 생명에너지와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힐링기의 사용으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열리고, 감각이 열리고, 의식이 열리고 몸의 여러 순환이 원활해지면 몸과 마음은 분리되지 않는 하나가 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면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로 타협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이 해결될 것이다. 


배꼽은 인체의 뿌리다. 배꼽의 중심으로 장을 풀어주면 모든 기능이 원활해진다. 배꼽 힐링은 배꼽버튼을 활용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장이 많이 굳어있다. 인스턴트 음식이 원인이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충분히 걷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운동량이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장이 딱딱하게 뭉친 상태를 배꼽 힐링기로 잘 풀어주면 장 기능도 좋아지고 순환기능과 배출기능을 원활하게 하여 몸 전체의 건강을 향상시켜준다. 장을 잘 풀면 정체된 감정도 스르르 풀린다. 자기 스스로 화를 다스리다 보면 여유로운 생활이 펼쳐질 것이다.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심페 소생술을 하듯 배꼽 힐링은 건강이 무너진 사람에게 배꼽을 눌러 활기를 살리는 기력 소생술이라 할 수 있다. 

딸과의 연결고리가 배꼽의 사랑으로 춤을 추고 있다. 딸이 나이가 들어가니 속들어간 배꼽의 깊이가 너무 얕았는지 무한한 사랑을 보내오고 있다. 가을에 결혼을 앞두고 보니 더욱더 엄마와의 탯줄 연결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생각하나 보다. 하찮은 배꼽, 생각지도 않은 배꼽 힐링기를 보면서 몇 배의 사랑이 둘 사이를 바쁘게 오고간다.

배꼽 힐링기는 누구나 그냥하면 된다. 배울 것이 없다. 택배 오는 그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지고 놀았더니 화장실의 즐거움이 바로 삶의 행복으로 찾아온다. 머리가 맑아지고 산소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져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배가 따뜻해지고 체온이 올라가니 정신이 맑아지고 하루하루의 삶이 충만으로 채워진다. 

날마다 잠겨있는 배꼽을 기적의 열쇠로 열면서 행복을 창조하는 삶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기적의 열쇠는 딸과의 마음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살아가는 이 현실을 누구나 기적의 열쇠를 사용하여 소통의 장을 열어 화합하는 현실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기가 어머니로, 어머니가 할머니로, 결국에는 온 지구인이 모두 가족이다.   



황단아
경북 경주 출생

2012년 경북문화체험수필대전, 포항소재문학상, 서덕출백일장 수상
2013년 철도이야기공모전, 독도문예대전 수상
2014년 경북문화체험수필대전, 무궁화문학상 수상
2015년 오산문학상 신인상 수상
2016년 한국산문 등단, 한국산문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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