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부터 MBTI 검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의 유행에 그칠 줄 알았던 MBTI 열풍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MBTI를 비롯한 성격 테스트가 부각되는 이유를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정체성을 ‘레이블링 rp임Labeling Game(자기 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추종하는 경향)’ 방식으로 확인하려는 심리의 표출이라고 분석한다.
조금만 더 견디면 끝날 것이라던 기대가 여러 차례 무너지며 사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높아진 상황에서 심리 테스트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공유해 다른 사람과의 연결과 유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계 회복을 통한 힐링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체인지마인드상담센터 김완수 대표에게 코로나19 시대의 심리 테스트 유행에 대해 물었다.
개인 상담부터 부부, 기업, 집단 상담까지 여러 형태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로 어떤 문제로 상담센터를 찾는가?
내담자들이 가지고 오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한 가지는 자기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울이나 분노, 불안, 공황장애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인데, 그러한 증세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과 감정, 행동을 살펴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런 후에 건강한 변화를 위해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 함께 찾아보고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다른 한 가지는 부부나 연인, 가족, 직장 동료 등 상대와의 관계가 문제되는 상황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경험만으로 상대와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면 왜곡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각자의 방어기제가 나타나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건강검진을 통해 서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듯, 결혼 전에 상담센터를 방문해 서로의 성격과 성향을 확인하려는 커플이 늘고 있다
최근 MBTI를 비롯한 다양한 심리 테스트가 유행이다. 자신과 타인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들을 대할 때 이 사람은 나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 이는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성격 유형을 이해의 도구가 아닌 사람의 성향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성격유형검사’는 정식 검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 심리상담센터에서 하는 MBTI 검사와 질문 자체가 다르다. 인터넷에 떠도는 MBTI 검사를 해보면 ‘당신의 성향은 이렇습니다’하고 나오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재미로 해보는 심리 분석 정도로 여기면 좋겠다.
심리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상담사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담센터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야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심리 상담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도록 돕기도 하지만 상담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고, 습관적인 사고와 감정 반응에서 벗어나 변화할 수 있게 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나노사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자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싶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결과가 달라진다. 생활 속에서 접하는 여러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그 선택에 따라 우리 삶의 방향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성격 유형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이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서로 달라서 안 맞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를 보완해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우리의 선택이다. 선택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하는 능동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많은 상담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무리한 다이어트로 생리가 멈춘 여성이었는데 건강관리를 해서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생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위로받고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 상담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진 사례라 기억에 남는다.
또 10년 간 사귀다 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지만 다툼이 너무 잦고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아 이혼할 마음으로 찾아온 부부가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심리 상담을 한 번 해보기로 한 것인데, MBTI 성격 검사를 통해 자신과 배우자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면서 다시 노력해보기로 했다. 이후 둘째 아이도 생기고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담을 받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어렵지만, 자신에게 맞는 상담센터 혹은 상담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심리 상담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상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이 분야의 공신력 있는 학회로는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가 있다. 이러한 학회를 통해 전문가가 되는 정규 수련 과정을 거치며, 상담가로서 지켜야 할 윤리 교육과 연구를 진행한다. 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전문 상담자를 검색하고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최근 인간의 뇌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다. 상담가로서 생활 속에서 뇌를 활용한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새로운 경험을 더 많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뇌의 신경가소성에 의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느낄수록 우리의 신경세포는 더 다양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이는 상황에 따른 판단과 행동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경험이나 감정에 매여 있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기 어렵다.
늘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보기도 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는 등의 시도가 우리 뇌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_ 전은애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