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은 실내에서만 해야 한다고? 아니 아니 아니지!
강연은 실내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야외에서 강연하게 될 때 집중도가 떨어지고 어수선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1천 명의 청중이 넘는 기존 대중 강연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대학의 대강당에서 진행되었고, 심지어는 체육관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필자가 참석한 강연 중에는 1천 명 규모에서는 가장 많이 가본 곳은 연세대학교의 백 주년 기념관이었고, 5천 명 규모의 강연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이었다. 그리고 2011년 3월 1일에는 한비야, 영화감독 류승완, 사진작가 강영호, KBS 예능 PD 류호진, 전 제일기획AE 박신영, 티켓몬스터 대표 신현성 등 총 6명의 명사가 초대되어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되었고 당시 4천여 명의 청중이 모였었다.
실내에서 강연이 진행될 경우 불편한 점은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는 것, 강연 중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러 명사가 연속으로 강연을 진행할 경우 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쉬는 시간 동안 많은 청중이 동시에 움직이기에 혼잡함은 물론이고 다시 자리 정리를 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 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깬 곳이 있다. 바로 최근 강연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마이크임팩트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11월 5일. 마이크임팩트의 한동헌 대표는 ‘청춘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여의도 공원에 위치한 풀빛무대를 무대로 야외 강연 문화에 도전을 했다.
당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정형돈, 이범수, 장재인, 다이나믹 듀오, 소이, 조규찬, 몽니, 델리 스파이스, 조벽 교수, 김미경 원장, 최종일 대표 등의 강연과 공연으로 이루어 졌고, 5천여 명의 청춘들이 한강 플로팅 스테이지를 가득 메웠다.
이후 2012년 5월 19일에도 청춘 페스티벌은 이어졌다. 장소는 역시 여의도 공원의 풀빛무대였다. 강백수, 최일구 앵커, 최채천 교수, 이상봉 디자이너, 코너 우드먼 작가 등 많은 명사와 예술가들의 강연과 공연으로 진행 되었고 장장 8시간30분 동안 행사가 이루어 졌다.
이렇듯 야외에서 진행되는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했고 강연과 공연데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필자는 2011년, 2012년 청춘 페스티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단지 인터넷을 통해 행사 스케치를 보게 되었고 그 현장이 무척 궁금해 졌다.
강연장에서 건배를 하며 외치자. “낭만을 위하여”
올해 2013년 5월 11일. 역시나 마이크임패트 한동헌 대표는 여의도 공원 풀빛무대에서 청춘 페스티벌을 열었다. 필자는 그 현장이 무척 궁금하여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이 날 행사는 오후 12시부터 8시 30분까지 진행이 되었다. 강연 시작 전 행사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여의도 공원에 11시쯤 도착 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축제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 입장 전부터 길게 늘어서 있는 줄, 행사 준비에 분주한 협찬 회사들의 부스 설치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맘껏 즐기는 참가자들. 한쪽에서는 청춘 페스티벌 행사를 알리는 애드벌룬을 띄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항상 방송을 통해서만 보면 애드벌룬을 직접 설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행사 참여하는 사람들은 행사 제목 ‘청춘 페스티벌’ 때문이었을까? 청춘 남녀가 대부분이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고 있는 필자가 아마도 그날 참석자 5천여 명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 하면 아마도 이해가 될 듯하다. 하지만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은 그저 즐겁게만 보였다.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마치 야구 경기 또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같아 보였다.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끼리끼리 찍어대는 셀카 놀이를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준다.
야외 강연의 좋은 점은 어렵지 않게 많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단지 취사만 허용되지 않을 뿐 음식물 반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준비하여 “이것이 바로 젊음의 낭만이지!”라며 함께 “브라보”를 외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렇듯 정말 자유분방한 하지만 지나치지 않는 청춘들의 행동이 사뭇 대학 축제를 여의도에서 하는 듯 느껴질 정도였다. 집에서 이미 도시락을 싸와서 친구들과 오붓하게 나누어 먹는 모습은 우정을 나누어 먹는 듯 사랑스럽기도 했다.
그날의 풍경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참가자는 바로 유모차를 끌어온 부부였다.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행사장에 온 것이다. 순간 “WoW~!”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야외 강연은 이렇듯 갓난아이와 함께 행사를 즐길 수도 있다. 만약 실내 강연이라면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혹여 강연 도중에 울음이라도 터트린다면 다른 청중들에게 큰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 강연자로는 청춘밴드 참깨와 솜사탕, 젊은 구글러 김태원, 김주하 앵커, 스탠딩에그, 로봇박사 데니스 홍, <서울시>라는 단편시집으로 잘 알려진 직장인 시인 하상욱, 음악의 재단사 이루마, 비주얼 밴드 소란, 배우 김강우, 소설가 김영하, 무한도전의 정준하 그리고 로맨틱 랩퍼 버벌진트가 강연과 공연을 통해 행사를 빛내 주었다.
특히 데니스 홍 박사는 다른 강연자들과 달리 관중석에서 갑자기 뛰어나오며 아이언맨 포즈를 보여줌으로써 청중들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고, 진솔한 이야기와 액션으로 청중과 함께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개그맨 정준하는 먹방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다른 강연자들의 강연 또한 모두 훌륭했다.
상당히 많은 강연자가 출연을 하다 보니 모든 강연자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또한 긴 강연 시간으로 인해 청중이 모든 강연에 집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강연 중간 중간에 청중들은 자유롭게 이동을 하며 쉬기도 하고 강연장 밖에 설치되어 있는 협찬 회사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가하며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그것이 또한 야외 강연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루마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강연 무대 뒤로 흐르는 강물 위에 유유하게 지나가는 유람선의 모습은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축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명사들의 한마디
앵커 김주하 “나 자신을 먼저 파악하라. 그리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라.”,
데니스 홍 박사 “우리는 모두 멋을 가지고 있다. 그 멋을 꿈으로 이루어라.”
시인 하상욱 “공감이란 인생의 교집합이고 평범한 사람의 특권이다. 인생은 로또다. 노력을 하지만 안 될 수도 있다. 일찍 단념하는 것도 방법이다. 망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고, 망치면 비로소 내가 보인다.”
배우 김강우 “평범함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평범한 자신을 인정하면 이후에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남과 비교하지 말자.”
소설가 김영하 “열심히만 산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가 아닌 비관적인 현실주의자가 되자.”
마이크임팩트에서는 10월 12일 토요일. 상암 노을공원에서 ‘원더우먼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은 개그맨 노홍철, 오상진 아나운서, 브로콜리 너마저, 슈가볼, 음란소년 등의 강연과 공연이 준비 되어 있다. 야외 강연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강연이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 번 참석해 보기를 추천한다.
글. 송영대 강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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