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 조정래 씨의 신작 <정글만리>를 주말을 이용하여 독파했다. 권당 대략 400페이지씩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 특유의 흡입력으로 전혀 지루함을 느낄 짬이 없었다.
80년대 <태백산맥> 시리즈에서 시작하여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아리랑>과 <한강> 시리즈 등 한국 근대 100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해 온 노작가의 작품답게 이번에는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중국과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은 어떤 나라일까? 사람에 따라 관심 정도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덧 G2의 자리에 등극한 중국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수호지> <초한지> <삼국지> 등 너무나 유명한 작품 등을 통해 단편적인 중국 역사와 인물에 대해 알고 있고, 사마천의 <사기>를 완독은 못했지만 요약 본이나마 읽어보며 중국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중국인의 기질이나 기본적인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개혁 개방 이후 급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해서는 완전 무지하다고 자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베이징과 상하이, 시안, 칭다오, 광저우 등을 오가면서 얽히고 설키며 벌어지는 인간 관계와 사건 등을 통해 중국 사회의 일단을 보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소설 속 인물 대사 중에 “중국에서 6개월 살면 중국을 다 아는 체 하고, 10년을 살면 중국을 도저히 모르겠다 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중국인들의 만만디 기질은 본인과 이해 관계가 없을 때만 그렇고, 본인 이해 관계가 걸린 일에는 한국 사람 못지 않게 콰이콰이(빨리빨리)가 된다는 것도 재밌다. 또 중국 관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 고리와 그것을 척결하지 못하는 이유 등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꽌시(관계), 즉 연줄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사회나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듯이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그 이면을 알 수 없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천년 역사 중 1,800년 동안 세계 GDP 1위였던 중국,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1위 수출 대상국이 중국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한번쯤은 진지하게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 무엇도 이루기 어려운 세상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중 관계를 인정한다면 조정래 씨의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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