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

150여 시민단체,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결성

▲ 23일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사진=윤한주 기자)


고조선 유적지 개발을 저지하는 범국민운동 출범식과 기자회견이 2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 배경, 현장 스토리,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을 전한다.

행사를 앞두고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부 출범식과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바빴다. 현수막을 내걸고, 피켓과 퍼포먼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전국민족단체협의회, 현정회, 한민족사연구회, 민족회의 등 150여 시민단체 회원들이 하나둘 입장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 유적지가 외국 기업에 의해 파괴될 위기에 처한 것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30분 후 국민의례, 경과보고, 취지문 낭독, 브리핑, 질의응답, 퍼포먼스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김창환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경과보고에서 “11월 28일 춘천 중도 레고랜드 기공식이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가 긴급 모임을 통해 중도 고조선 유적지 원형보존 촉구운동을 하기로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주요 언론은 “강원도와 춘천시는 레고랜드가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방문과 1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춘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주로 경제적 효과만 다뤘을 뿐, 지난 7월 중도에서 고조선 유적과 유물이 대규모로 발굴된 사항은 뒷전이었다.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10월부터 발굴 조사한 중도유적에는 고조선시대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취락, 묘역, 공방지, 밭유구 뿐만 아니라 집단 내 수장의 존재를 알려주는 청동기와 일반주민의 생활을 보여주는 토기와 석기 등도 함께 출토됐다”라며 “이렇게 취락, 묘역, 밭 등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진 복합 생활 유적이 발견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어 그 보존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이에 앞서 8일 서울 여의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1차 모임을 했다. 그러다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은 20일 중도 유적지 고인돌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는 “천우신조(天佑神助: 하늘과 신령의 도움)이다. 그날 눈이 많이 내려서 공사가 중단됐다”라고 말했다. 

▲ 중도유적 적석식 지석묘군(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 제공)

범국민운동본부는 중국의 역사 유적 활용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에 중국 서안 진시황제 병마용을 방문한 사람이 14억 명이라고 하였는데, 입장료를 2만으로 환산하면 28조 원의 입장 수입을 올린 것이다. 중국 전역에 있는 중요한 유적지는 모두 보존하여 박물관을 건설하여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함양시켜 주고 있다. 고조선 이전 시대와 관련된 기원전 4500~3000년의 요녕성 우하량 유적지에서는 적석총과 제단이 나왔는데,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중국은 1,700여억 원을 들여 유리 돔으로 구조물을 지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한 최고의 고조선 유적지에 영국의 플라스틱 조립 놀이공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다. 장영주 민족단체협의회 상임공동회장은 “정부의 경제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개발 못지않게 소중한 문화유산, 특히 우리 민족의 최고 자존심인 단군조선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고대유적을 최대한 원형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안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중도를 고조선 유적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레고랜드 코리아를 이전하는 것이다. 캠프 페이지(Camp Page) 자리나 유적이 적게 나오는 상중도를 대체 부지로 선택해 건설하면 된다. 고조선 유적지 개발과 레고랜드 코리아를 모두 잡는 ‘두 마리 토끼 효과’인 셈이다.

▲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사진=윤한주 기자)

범국민운동본부는 먼저 고조선 유적을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1인 시위, 국민감사 청구,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이 그것이다. 김창환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 청와대 앞에서 ‘춘천 중도(中島) 고조선 유적지 훼손 절대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김 사무총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고학 유적 조사에서 주요 유적지로 확인했다. 그런데 개발을 강행하여 문화재보호법과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하려는 문화재청, 강원도청, LL개발 등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라며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춘천법원에 제출하고, 문화재청에는 문화재위원회의 개발 승인이 문화재법 및 매장문화재법 위반이므로 개발승인 취소 요구를 하며, 검찰에 문화재위원회의 개발 승인 과정과 레고랜드 개발 과정에 관한 법령 미준수를 조사해 달라고 문화재청, 강원도청, LL개발, 멀린사, 엔티피아 등을 고발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조만간 중도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발 실태를 확인한다. 내년 1월에는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중도 유적의 가치와 보전 방안 등에 관한 학술회의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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