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경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불모어(Edward Bullmore)는 우울증의 원인이 ‘염증’에 있다고 지목한다. 몸의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처음 도입한 fMRI 연구에 참여하며 인간의 뇌 지도, 커넥톰connectome을 그리는 데 공헌해온 신경면역학자이자 정신의학 전문가인 그는 누구보다 과학적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자다.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자 중 한 사람인 그는 신경면역학과 면역정신의학이라는 최신 과학을 기초로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불모어 교수는 면역학, 신경과학, 정신의학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 새로운 과학으로 얻은 연구 결과가 정신 건강 분야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확신했고 그 내용을 『염증에 걸린 마음(원제: The Inflamed Mind, 심심 刊)』에 담았다.
이 책은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신체 염증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초래하는지, 새로운 치료법은 등장할 것인지에 답하는 최초의 대중 교양서다. WHO가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환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한 단일 질환인 우울증은 세계 인구의 7퍼센트인 3억 50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우울증 환자를 비롯해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 더 나아가 ‘우울증’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움츠러들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이 책은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방식과 그 치료법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
불모어 교수는 혈액 속 사이토카인이 뇌 속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이 다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촘촘히 설명하며 이것이 단순히 가설이 아닌 진실임을 보여준다.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새로운 발견은 정신질환의 원인을 단순히 ‘마음’이나 ‘뇌’가 아닌 신체 건강과 연결해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불모어 교수는 알츠하이머병과 조현병의 경우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면역학의 관점에서도 질병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불모어 교수는 책 전체를 관통하며 무엇보다 우울증을 순전히 마음만의 문제라 여기며, 병의 고통을 더욱 악화하는 폭력적인 낙인이 과거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상식임을 강조하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제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우울증을 더욱 제대로 이해하면 그 낙인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하여 21세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난제에 맞선 싸움에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 브레인 편집부 | 자료=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