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중독, 불안·공황장애 등 정서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진이 하루를 주기로 나타나는 기분이나 정서 상태의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작용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각종 기분장애(Affective disorders)와 중독질환 등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및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 정수영 박사와 고려대 의과대학 손기훈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지난 8일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Cell)지’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인간의 정서 상태는 생체시계에 따라 약 24시간을 주기로 변화를 거듭한다. 활동기에는 수면 때에 비해 우울, 불안도는 감소하고 활동성, 공격성이 늘어난다. 특히 우울, 불안, 공포, 공격성, 중독 등의 인간의 정서 상태는 아침·저녁에 따라 상당한 기복을 보인다. 이러한 정서조절의 이상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계절성 기분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정서장애와 중독질환의 발병 및 증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분자·신경생물학적 작용원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진은 뇌 도파민 신경회로가 정서조절 및 정서장애 발병의 핵심 조절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생체시계와 도파민 신경회로의 분자생물학적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그 작동원리를 규명하였다. 도파민은 정서·운동·인지 등 다양한 뇌기능을 관장하는 중요 신경전달 물질로 티로신 수산화효소(TH)가 도파민의 합성을 조절하는 속도결정 인자로 알려졌다.
특히 돌연변이 생쥐를 이용한 일련의 신경행동·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중뇌 REV-ERBα 단백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도파민 신경회로의 활성 이상과 더불어 조울증 및 불안장애 행동을 직접적으로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 우울증, 중독, 불안·공황장애 등 정서 상태를 조절하는 핵심 작용원리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도파민 신경회로의 일주기적 조절기전은 각종 정서장애와 중독장애를 치료하는 약품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 연구팀은 REV-ERBα 활성 제어를 통한 정서·중독장애 및 각종 도파민 의존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해외 출원도 준비 중이다.
김경진 교수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그리고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약물 및 인터넷·게임 중독 등을 고려할 때 정서·중독장애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도 중요한 문제이다"며, "다양한 정서장애와 기타 도파민 의존성 뇌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수면장애 및 대사질환에 대한 생체시계 조절 화합물의 효능 평가는 이미 GSK 등 대형 제약회사들에 의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후속연구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