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원인, 고령일수록 ‘혈관’에서 찾아야

노인 우울증 원인, 고령일수록 ‘혈관’에서 찾아야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률 조사

▲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노인성 우울증은 나이가 들수록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뇌혈류 장애로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제주대병원 박준혁 교수팀은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노인성 우울증 환자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뇌혈관의 문제를 동반한 혈관성 우울증 환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혈관성 우울증은 MRI로 뇌를 촬영했을 때 백질변병을 보이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한다.

특히 우울증이 심한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혈관성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대 초반의 경우 약 75%, 75세 이상에는 100%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3년 후 추적 조사에서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비율이 비혈관성 우울증 환자는 10명 중 1명이었던 반면 혈관성 우울증 환자는 4명 중 1명으로 훨씬 더 치료가 어렵다는 점도 확인했다. 우울증이 없었던 정상 노인들 중에서 대뇌 허혈성 병변이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3년 뒤 우울증을 앓게 될 위험이 8배나 높았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의학적으로 심각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노인성 우울증은 노인의 사망률 증가와, 신체질환 악화, 인지기능의 저하, 신체 통증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때로는 자살에 이르게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나이 들면 즐겁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거나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오해와 편견으로 제대로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의 우울증은 청장년의 우울증과는 달리 뇌혈류순환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 많다”라며 “우울증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ISAD) 공식 학회지 '정동장애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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